권희돈 교수가 진행하는 ‘문학을 통한 치유와 소통’ 독서모임

▲ 5월 29일 진천군 평생학습센터에서 진행된 11번째 ‘문학을 통한 치유와 소통’ 독서모임 후 수강생들과 권희돈 교수(앞줄 가운데)가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조아라>

(동양일보 조아라 기자) “엄마가 신장결석 수술을 하셨는데 차라리 수술을 안했으면 더 살아계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수술한 지 6개월 만에 가셨거든요. 잠깐 병문안을 갔다가 나왔는데 그게 마지막 모습이셨어요. 엄마 임종도 지키지 못한 거죠. 안타깝고 서운하고… 불효자식이 됐구나 하는 마음뿐이었어요. (수강생 김인자씨)”
수강생들은 텍스트를 읽고 자유롭게 이야기하며 자신의 상처나 콤플렉스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를 표현하는 과정은 부끄럽고 고통스러웠지만 막상 토해내면 홀가분했다. 자신에게 아픔을 준 이들을 이해하고, 상처를 받아들이고, 부족함을 인정하자 비로소 앞에 놓인 새로운 삶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문학을 통해 스스로 변화하고 있었다. 5월 27일 오후 2시 진천군 평생학습센터에서 열린 ‘문학을 통한 치유와 소통’ 독서모임의 모습이었다.
11번째 시간인 이날의 주제는 ‘용서’. 여순반란 사건 당시 두 아들을 잃은 손양원 목사의 일화가 소개됐다. 아들을 죽인 학생을 위해 탄원서를 낸 것도 모자라 그를 양아들로 삼기까지 한 손양원 목사의 이야기에 모두 숙연해졌다.
“손 목사의 일생을 보면 우리가 살면서 고민하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 분이야말로 성경 속에 넣어도 좋을만한 인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아들을 잃은 슬픔에 빠져있는 것이 아니라 슬픔을 극복하고 용서함으로서 사랑을 완성하고 진정한 자유를 찾은 거죠.”
권희돈(70·한국국어교육학회 명예회장) 청주대 명예교수의 말이다.
문학테라피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권 교수는 지난 3월부터 진천군 평생학습센터에서 이 독서모임을 이끌고 있다. 그동안 청주대 평생교육원, 청주 흥덕문화의집, 서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등에서 12주를 단위로 독서모임이 진행됐다. 사랑, 용서, 희망, 받아들임, 배려, 자존감 등을 주제로 권 교수가 직접 제작한 텍스트를 참가자들이 돌아가며 읽고 자유롭게 토론하는 것이다.
“내일 모레가 수술 날인데 아버지가 밭에 자전거를 타고 나가시는거에요. 저는 안가셨으면 좋겠는데… 첫날에는 모시러 갔더니 그 다음부터는 아예 말씀을 안 하시고 계속 가시는 거죠. 밭에 가 아버지를 모시고 오는데 아버지가 차에 타시더니 계속 ”미안하다“고 하세요. 미안하다는 얘기를 4~5번쯤 듣다 보니 제가 뭔가 크게 잘못한 것 같더라고요.”
수강생 이주현씨의 말에 함께 수업을 들었던 이들은 “지금 당장 하고 싶으신 것을 하게 두는 것이 아버지께 행복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83세로 최고령자인 박세금씨도 거들었다.
“어린이날 중2인 증손녀에게 선물을 주러 갔더니 입술에 색깔이 있는 게 아니겠어요. 게다가 아주 짧은 반바지를 입었더라고요. 철퇴를 맞은 느낌이었어요. 그러자 옆에 있던 아들이 “엄마, 상대방을 배려하세요. 그 아이들 수준에 맞는 생활입니다” 하대요. 얘가 나를 가르치려나 싶어 서운한 기분이 들기도 했죠. 그런데 (수업을 듣고 난) 지금은 ‘너를 통해 내가 달라지고 있구나’하고 고맙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이제는 상대방이 한 마디를 하면 두 마디를 받아들여요. 제 언어 자체가 달라졌고, 좋은 생각만 하려 노력하게 되지요.”
때때로 권 교수가 다양한 질문을 제시하기도 한다. 단순히 텍스트를 읽고 난 감상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문학작품을 통해 상처 받은 마음을 치유하고 다른 이를 배려하는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수업 중 시, 소설, 수필, 희곡 등 문학작품 뿐 아니라 신화나 성경, 불교경전, 대중가요 등 다채로운 작품이 인용된다.
‘문학을 통한 치유와 소통’ 독서모임은 현재 충북 NGO센터 어울림도서관에서 7월 23일까지 매주 화요일 오후 7시마다 열린다. 마음이 아픈 사람, 삶이 지루하다고 느끼는 사람, 숨어 있는 반전을 찾고 싶은 사람들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