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철호

옥천군 청산면 백운리와 만월리에 사는 개들은

생긴 것은 그놈이 그놈 같지만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은 그놈들 족보를 대번에 안다

 

백운리가 고향인 놈들은 온종일 열두달 내내

새털 뭉게 조각 구름 피어오르는 하늘만 보다가

낮잠 자는 시간을 놓쳐 밤이면 잠에 빠져 주인과 도둑 구별도 못 한다

 

만월리가 고향인 놈들은 그믐밤 며칠을 빼고는

달뜨고 지는 것에 눈을 팔다가 꼬박 밤샘을 하고는

아침부터 잠에 빠져 다가서는 발자국소리가 주인인지 개장사인지도 모른다

 

옥천을 지나는 사람들은 청산면 백운리와 만월리 개들을 금방 알아낸다

백운리 개들과 만월리 개들은 모두 잠자는 시간이 다르지만

강아지 때부터 목을 빼고 하늘 보는 게 일이어서

어떤 놈은 사슴처럼 어떤 놈은 고라니처럼 모가지가 길다

 

길을 가다 목이 긴 개를 보면 분명 청산이 고향일 터

잠자는 시간을 보면 어느 동네인지 알게 될 터

눈자위에 흰자위가 많으면 백운리가 고향일 것이고

눈동자에 달빛색깔 은은하면 보나마나 만월리가 고향일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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