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도
그 집에서 여름은 혼자 살았다
여름이
하늘로부터 비를 데려와
흙담 옆구리를 무너뜨렸다
그 구멍 틈새로
생쥐가 까만 눈을 내밀다 사라졌다
여름은
뭉게구름처럼 부풀어 올라
그 집 헛간 구석에 던져놓은 폐목에
헝겊 쪼가리 같은 버섯을 키우고
마루턱까지 차오르게 명아주를 키웠다
빈집을 짜개놓는
매미소리
녹음을 가득 안은 여름이
그 집을 온통 휘저어 풀물 들여 놓았다
그냥 두면
한 백년 꾸벅꾸벅 졸기만 할 것 같은 그 집
능소화 마구 뻗어 오른 대문간
오줌 누는 나에게
한 세월 거저먹으려는 건달 같은 여름이
내년에도 다시 와 공으로 산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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