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해

 

유월이 오는구나

난 그때 분명히 보았다

 

졸지에 쫓겨 내려간

대구역 광장 집결한 난민

후퇴하던 군인들

뒤섞인 그 절망의 날

 

부모 잃고 굶주린 채

세살박이 동생을 업은

여섯 살 계집애를 보았다

 

어떤 군인이 배낭에서 꺼내 준

건빵 서너개 지가 안 먹고

등짝에 업힌 제 동생을 주자

 

그걸 준 군인부터 울기 시작해서

보고 있던 모두가 울었던

65년 전 대구역 광장 울음바다를

나는 보았다

 

인간은 누구나 울음보를

지니고 태어난 거

 

그런데 씨팔!

전쟁을 일으키는 것도 인간 아닌가

 

유월이 오는구나

배고프다 악 쓰는 어린 것의

목을 졸라 버렸다는

아비의 그 유월이 낼 모레구나

 

분단 70년

돈과 권력에 눈깔 먼 이쪽 정치가들

죽어라 원자탄 만들어대는

저쪽 집권자

 

그러나 나는 지금

녹음 짙어가는 저 산만 바라본다

 

다만 한 그릇 더운 쌀밥을 위해

눈 비비고 일터에나 드나든다

 

언젠가 그들도 알게 될지 모를거라는

아니야 알길 뭘 알어하고

도리질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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