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범 충북도 건축문화과 주무관

 

고향 시골에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전 농사지으셨던 자그만 농토가 있어 주말이면 종종 다녀오곤 한다. 초록으로 물든 녹음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자연이 선사하는 사계절이 우리에게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를 새삼 느낀다.

마을 어귀에 들어서면 어르신들이 일터로 나간 한낮에는 조용한 시골 마을이 더욱 적막하다. 농촌의 고령화와 급속한 인구감소로 인해 진행되고 있는 씁쓸한 농촌의 모습이다.

어릴 적 살던 옛 집도 외로이 기력을 다하고 지친 모습으로 필자를 맞이한다. 옛집의 주변으로는 인적이 끊어진 빈집이 하나 둘 늘어나더니 이제는 제법 눈에 많이 띈다. 빈집은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 손길이 닿지 않아 방치되어 자연스레 쓰러지고, 잡초가 무성히 피어나 폐가가 되거나 흉물스럽게 방치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농촌 경관을 정비하기 위해 빈집을 철거하는 보조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농촌의 구조상 애로사항이 있어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유를 살펴보면 소위 말하는 지상권과 대지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고, 도지라는 독특한 대지사용 요금이 현실적으로 맞지 않은 구조로 진행되어 쉽사리 해결을 못하고 있다. 여기에 도시의 아파트라는 대단위 주거형태는 생활의 편리함과 자녀 교육문제와 문화생활의 편의성으로 농촌의 이탈을 더욱 부추기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들어 과소화 마을(젊은이·어린아이가 줄고 생산능력이 떨어지는 노약자가 마을 인구의 50% 넘게 된 마을)에 대한 정부의 고민도 점점 깊어지고 있으며, 이를 해소하고자 하는 여러 대안이 마련되고 있다. 마을은 어느 정도 자급자족이 가능하고, 공동체로 이어지는 기초적 토양이 마련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냉혹하기만 하다. 또한 집이란 사람이 살지 않으면 빠르게 노후돼, 시골 마을의 정주환경이 점점 더 열악해지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빈집을 활용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도입되어 운영되고 있다. 도심공동화로 지역이 활력을 잃고 있는 지역에 빈집을 리모델링하여 쉐어하우스와 공동생활 홈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지역 활성화를 찾고 있는 사례가 늘고 있다.

우리 농촌지역도 활성화를 위하여 농어촌의 빈집을 현대식으로 리모델링하여 흙냄새와 농촌의 향수를 찾기 위하여 농촌지역을 찾는 도시민들과 외국 관광객들에게 숙소로 활용토록 하여 실질적인 농촌 생활을 체험할 수 있고 좋은 추억을 만들게 한다면 어떨까.

빈집을 가족 여행이나 농촌을 체험할 수 있는 현장체험 장소로 제공할 수 있다면 농가가 잘 보존될 수 있다. 농촌 소득증대로도 이어져 지역경제 살리기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특히 서구 외국인 관광객이 농촌생활을 선호한다고 한다. 이를 추진한다면 많은 외국인이 찾아들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 전통(고유)의 온돌과 한식을 경험하는 농어촌 체험마을을 운용하여 품격 있고 삶이 살아있는 우리만의 주거문화를 체험하는 장으로 거듭나는 노력이 필요하다.

상권이 활발해지면 상인도 모이고, 자연스럽게 농촌 지역에 인구도 늘게 될 것이고, 마을은 활기를 찾게 되는 등 일거에 다양한 효과를 창출하게 될 것이다. 보존 가치가 있는 농촌 주택은 원형대로 복원, 보존하여 향토 문화재로 보존하여 농촌 주거생활상을 후대에 전해 주는 인류문화사적 향토 문화 자료로 활용해 보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다.

방치되고 쓸모없던 시골의 빈 집에 새생명을 불어넣어 지역명소로 재탄생시키는 일, 생각만으로도 정말 의미 있고 값진 일 아닐까.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