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9년 존 코너 인간저항군과 로봇 군단 스카이넷 미래전쟁

 

첫 번째 ‘터미네이터’는 1984년, 형보다 아우가 나을 수도 있다는 평가를 받은 ‘터미네이터2’는 1991년 탄생했다.

당시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며 열광했던 10대 후반의 관객들은 최신작 ‘터미네이터 제니시스’가 개봉한 현재 40대가 됐다.

한 세대를 풍미해 젊은이들의 성장기에 중요한 영화로 자리 잡았던 기념비적 작품이 30년 뒤에 속편으로 만들어졌다면, 그 속편은 전편에 대한 오마주로 채워져 관객의 뇌리 저편에 있는 추억을 끄집어내는 박물관 기념품점 같은 영화에 머물기 쉽다.

첫 번째 영화로부터 31년 뒤에 찾아온 다섯 번째 영화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는 그 함정을 정면 돌파하는 방식으로 뛰어넘었다.

앨런 테일러 감독은 3, 4편을 만든 감독들이 아닌 1, 2편의 제임스 캐머런으로부터 메가폰을 넘겨받았다고 외치는 듯 시간을 1984년으로 돌려놓는다.

2029년 인간 저항군의 사령관 존 코너에 의해 열세에 몰린 기계 군단은 존 코너의 탄생을 막으려 타임머신에 터미네이터 T-800을 태워 1984년의 새라 코너에게 보낸다. 이에 존 코너는 어머니를 지키려 자신의 오른팔이자 훗날 아버지가 될 카일 리스를 그 시대로 보낸다.

이런 1편의 이야기를 그대로 끌어온 5편은 그러면서 1편과 전혀 다른 이야기를 시작한다.

새라 코너는 이미 어린 시절 터미네이터를 만나 로봇과의 전쟁을 준비하며 카일 리스를 기다리고 있었고, 이들은 함께 스카이넷이 될 제니시스의 활성화를 막으려 2017년으로 향한다. 그들 앞에 나노 터미네이터 T-3000으로 변한 존 코너가 나타난다.

1편부터 5편까지 이 시리즈를 연결하는 질긴 끈은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붙잡고 있다. 이번 영화에는 1, 2편에 대한 오마주가 가득하다. 벌거벗은 채 무릎을 꿇고 시간을 이동하거나 “아윌 비 백(I’ll be back)”을 말하는 근육질의 슈워제네거는 이런 오마주를 대표한다.

영화 초반 젊은 슈워제네거와 나이 든 슈워제네거가 함께하는 장면은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새로운 명장면이 될 만하다.

동시에 5편을 기존의 터미네이터와 전혀 다른 이야기로 만드는 역할도 슈워제네거의 몫이다. 2017년의 ‘현재’로 건너온 슈워제네거는 백발도, 주름도 숨기지 않는다. 제 입으로 자신이 “늙었다”고 말한다.

자신에게 명령을 내리는 존재이자 보호해야 하는 대상인 젊은 새라에게 벨트를 매라고 챙기고 그의 ‘짝’인 카일 리스를 경계심 어린 눈초리로 바라보는 터미네이터의 모습은 영락없는 ‘아버지’다.

T-800은 심장이 없는 로봇이지만, 그에게서는 감정이 보인다. 영화는 이 기묘한 부녀 관계를 통해 시리즈의 ‘진화’ 또는 ‘성숙’을 말한다.

슈워제네거라는 든든한 지원군을 등에 업고 영화는 개봉 시점으로부터 2년 뒤로 그려진 ‘현재’에서 현재의 관객을 사로잡는 데 몰두한다. 한국 배우 이병헌의 영화 속 모습은 강렬하기는 하지만, 대사는 짧고 출연 분량이 썩 많지는 않다. 그는 1984년 새라 코너와 카일 리스를 공격하는 T-1000 역을 맡았다.

오늘 개봉. 125분.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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