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것 성취한 우리는 ‘럭키 올드보이’”

 

해방둥이들은 칠십 고개를 넘기면서 은근슬쩍 늙어가고 있는 중이다. 머리털은 이미 로맨스그레이로 변색 된지 꽤 오래됐고, 당뇨나 고혈압 등 성인병 약이나 틀니 또는 임플란트 치아에 다들 익숙해졌고, 동창생들의 이름이 명부에서 듬성듬성 삭제돼가고 있다. 우리는 일제식민지 압제라는 강력한 쇠사슬이 갑자기 뚝 끊어지면서 독립대한의 새 생명으로 탄생한 상징적 존재들이다.

우리세대는 한번뿐인 생애 중에 농경사회, 산업사회, 민주사회를 거쳐 오면서 문화사적으로는 지식정보화사회를 거쳐 그 후기사회를 연달아 맛보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뼛속에 각인된 숫자와 단어들이 있다. 6.25, 4.19, 5.16, 12.12, 6.29, 월남전, 서독광부·간호사, IMF에 이르기 까지 한시대의 전환점들을 보거나 직접 겪어왔다. 해방둥이들은 격변의 세월과 무언가 이뤄지는 현상을 목도했다. 따라서 머지않아 통일된 한반도를 보게 될 것이다. 세계 최빈국의 어린이였지만 많은 것을 성취한 지금 우리는 그래도 ‘럭키 올드보이’라고 되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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