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수(편집국 부국장)

▲ 지영수(편집국 부국장)

지난 20일 국제뉴스를 통해 핀란드 정부가 ‘놀고먹는’ 실업자를 양산하는 복지제도를 손보려는 실험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핀란드는 실업자를 위한 사회안전망이 잘 갖춰져 있지만 이 때문에 실업자가 일을 하게 되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실업자가 임시직을 얻게 되면 여기서 받는 급여가 실업급여보다 적을 가능성이 크다. 만일 저임금의 임시직이라면 일을 그만둔 뒤 예전 수준의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손해를 입게 된다.
이런 가운데 핀란드 정부가 취업자인지 실업자인지에 상관없이 일정액을 ‘기본 소득’으로 지급하는 실험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핀란드 싱크탱크인 탱크 리서치센터는 소득이 낮은 8000명에게 4개월 동안 월 280유로에서 500유로를 지급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실업자가 일을 하도록 유도하는 게 관건인데 기본 소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핀란드 정부가 이런 실험을 검토하는 데에는 평생 같은 직장에서 일하던 핀란드의 노동 환경이 변한 데다 경제 악화로 실업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 410만명의 핀란드에서 250만명이 취업한 상태다. 노동인구의 10%가 실업자로 분류된다. 청년 실업률은 22.7%에 달한다.
우리나라도 청년 ‘고용절벽’ 문제가 현실화되며 우리 사회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요즘 청년들의 현실을 빗댄 ‘칠포세대’라는 말이 있다. 취업이 어려워서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 여기에 인간관계와 내 집 마련까지 포기한 ‘오포세대’. 나아가 꿈과 희망마저 잃어버려 ‘칠포세대’라는 것이다.
청년 실업자와 청년 신용불량자를 더한 ‘청년 실신’이란 말도 나오고, 화려한 취업 조건을 갖추고도 장기간 미취업 상태의 취업준비생을 뜻하는 ‘장미족’이란 신조어도 나왔다고 한다. 참 암울하기 그지없다.
실업은 통계조사 방법상 과거 직장이나 사업을 갖고 있었던 전직 실업과 새로운 노동력 대열로 들어온 신규 실업으로 구분된다.
6개월 넘게 일자리를 찾는데도 불구하고 취업을 하지 못하는 장기 실업자가 200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7월 실업자 가운데 구직기간이 6개월 이상인 사람은 12만1000명으로 나타났다. 월간 기준으로 보면 지난 2002년 12월 이후 최고치이며 7월 기준으로는 2000년 7월 이후 15년 만에 최대 규모다.
특히 구직기간이 6개월 이상인 장기 실업자는 올 들어 급증하고 있다. 1월 6만6000명을 기록한 후 5월에는 9만9000명을 기록하며 2007년 9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장기 실업자는 실업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가구와 개인의 생계유지가 곤란해지고 가족 해체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다.
이런 가운데 최근 새정치민주연합 윤후덕 의원이 지역구에 공장이 있는 대기업의 대표에게 변호사인 딸의 취업 지원을 청탁한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샀다.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도 아들이 정부법무공단 변호사로 채용된 과정에서 특혜 의혹이 불러져 당 윤리위원회 조사를 받는 중이다.
물곤 과거에도 국회의원들의 직업 청탁은 한두 번이 아니지만 청년 실업이 최고치에 달한 올해의 여론의 그 어느 때보다 싸늘하다.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선 ‘권력이 있다고 갑질을 하느냐’라는 비판을 넘어 ‘빽이 있으니 쓰기라도 하지’라는 체념까지 나온다.
따라서 나라 살림을 책임진 정부는 물론 여·야도 일자리를 찾는 젊은이와 그런 자식을 둔 부모의 입장에서 유념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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