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수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며

꿈쩍도 않는 바위라도

닳고 닳아 코끼리가 되고 천상의

다리가 되는데

입술은, 한 잎 같은 입술은 감미롭고

사랑을 잃고 떠나도 남는 건

입술, 낭떠러지 같은 슬픔 속에서도

손가락, 입술에 대고 있으면

담대가 그렇듯 저 심해와도 같은

바다의 궁륭으로 들어서는 듯

궁색하고 무거운 몸

한 잎으로 거두어 잠기고 있는

그런 기분 알까 몰라

그러니 사랑할 때 사랑해야지

내가 들고 나지 않으면 광할한 바다마저

텅 빈 객석이거늘

사랑에 눈이 멀더라도 좋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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