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우

강남 압구정동 대로변에

하얀 목련이 막 벌어지고 있는

그 골목으로 접어들면

모자 가게 하나 그림자처럼 앉아 있다

낯바닥만 한 간판이 수줍은 듯 달려 있고

진열장엔 이쁜 것들이

조용히 명상에 잠겨

어쩌다 골목을 기웃거리는 노신사나

때깔 고운 할마씨를 기다리고 있다

눈매 고운, 꼭 목련을 닮은 여주인이

눈가의 잔주름 한 올 한 올 풀어서

재봉틀 돌돌 돌려 수제 사랑을 만든다

석양 햇살이 그윽하여

모자 하나 쓰고 싶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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