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중국의 한 지역에 한 노인이 까마귀들이 지저귀며 먹이를 물고 어디론가 가곤 하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 보았다. 노인은 까마귀들이 나무위 둥지에서 털이 수북하게 빠진 늙은 까마귀들에게 먹이를 주곤 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먹이를 되먹이는 습성을 반포(反哺)라고 한다. 부정적 이미지를 갖고 태어나 천대받던 새인 까마귀들이 자기를 낳아준 부모새를 극진히 봉양하는 모습에 감동받았는데 반포지효(反哺之孝)란 고사성어가 여기서 나왔다. 원래 까마귀는 두 달 동안 부모새들의 정성으로 자라는데 그 후 부모새는 새끼들에 버림받지 않고 효도를 받는다고 한다.

효도에 관한 고사성어로서 반의지희(斑衣之戱)란 말도 있다. 늙어서 효도하는 것을 말하는데 중국 초나라의 ‘노래자’라는 사람이 칠십살에 늙은 부모님을 위로하려고 색동저고리를 입고 어린아이처럼 뛰고 기어 다녔다는 말이다.

혼정신성((昏定晨省))이란 말도 있다 밤에는 부모의 잠자리를 보아 드리고 이른 아침에는 부모의 밤새 안부를 묻는다는 뜻으로, 부모를 지극 정성으로 모시고 효성을 다한다는 말이다. 조선시대 율곡 이이는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셔서 새엄마 밑에서 자랐다고 한다. 그러나 계모는 얼마나 독했는지 율곡은 아침마다 저녁마다 흐르는 눈물이 마를 줄 몰랐다. 그래도 아침 저녁 문안 인사하고 계모를 향한 지극한 정성과 효도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계모는 죽을 때 율곡의 손을 잡고 자신의 모짐을 한탄하고 율곡이 보여준 효도에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이와같이 부모의 효도와 공경은 한국 사회를 지키는 바른 가치관이고 예도 이자 법도였다. 사농공상 누구나 지켜야 할 수기치인의 원리로서 유교사상의 으뜸가는 도덕 가치였다. 그러나 오늘날 이러한 효와 윗사람에 대한 공경과 예절은 식어가고 사라져갈 운명에 놓여 있다. 최근 부모를 모시지 않겠다고 제주도 여행을 가서 치매어머니를 놓고 가는 젊은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제주 경찰에 이런 사고는 자주 일어나곤 한다. 부모가 자식 낳아주고 애지중지 길러 준 부모님의 참사랑을 어찌 알겠는가?

풍수지탄(風樹之歎)이란 말이 있다. 공자(孔子)가 길을 가는데 어디서 몹시 애처롭게 우는 소리가 길에서 들렸다. 공자가 울고 있는 사람에게 까닭을 물었다. “상을 당한 것도 아닌데 어찌 그리 슬피 우소?” 그러자 이 사람 “저에게는 세 가지를 잃었는데, 공부만 하고 제후에게 유세하느라고 부모를 뒤로 했고, 두번째는 내 뜻을 고상하게 하느라 임금을 섬기는 일을 등한시 했습니다. 나무가 조용히 있고 싶어도 바람이 그치지 않고, 자식이 봉양을 하려 하지만 부모는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樹欲靜而風不止). 한번 가면 쫓아갈 수 없는 것이 세월이요, 떠나가면 다시는 볼 수 없는 것이 부모님입니다” 하고 한탄하며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다고 한다. 공자가어(孔子家語)에 나오는 말이다. 지난 주 국회는 부모가 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한 경우 자식이 부양 의무를 소홀히 하면 이미 넘겨준 재산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한다. 법무부도 2013년 같은 내용의 민법 개정안 시안을 만들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민법 556조는 부모가 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하기로 약속한 경우 ‘자녀가 부모에게 범죄행위를 하거나 부양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는 증여를 해제(취소)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러나 558조는 ‘증여를 이미 이행한 때는 취소할 수 없다’고 한다. 만약 이법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증여 절차가 끝나도 재산도 돌려받을 수 있다고 하니 부모재산에 눈독을 들이는 패륜아들에게는 정신이 반짝 드는 뉴스임에 틀림없다. 작년 부모 학대건수가 5772건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부양은 못할망정 까마귀만도 못한 인간 파탄자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에 놀랄 따름이다. 또한 부양료소송도 2001년 60건에서 작년 262건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부모 자식 간의 패륜이나 학대행위를 법이 단죄한다는 것은 인간 세상에 슬픈 일임에 틀림없지만 그렇다고 방치할 수 만은 없지 않은가. 자식들이 부모에게 효도를 강제할 수 없지만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는 불효를 법으로 단죄해야 하는 세상에 살면서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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