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명 구속·702명 불구속 입건…11명은 수사 진행
당선자는 14명 구속·156명 불구속…무더기 재선거 예고

(동양일보) 올해 3월 11일 처음 치러진 전국 조합장 동시 선거에서 불법을 저지른 사람의 공소시효가 오는 11일 종료된다. 경찰은 그동안 금품 살포 등 각종 비리에 연루된 의혹을 받은 1천632명을 수사하거나 내사했다.

3·11 선거 대상은 농·축협 1천115곳, 산림조합 129곳, 수협 82곳 등 1천326곳이었다. 수치로만 보면 전국 조합 1곳당 1명 이상이 수사 대상에 오른 셈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모든 조합장 선거를 일괄 관리하여 3·11 동시선거를 한 것은 고질적인 부패 관행을 근절하려는 조치였다. 농협·수협·산림조합 조합장 직선제는 시행한 지 26년이 지나도록 금품수수와 흑색선전, 폭력행사 등 온갖 범죄와 비리로 얼룩졌다.

이 때문에 조합장 선출을 둘러싼 심각한 타락 양상을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이 선거 때마다 비등했다. 급기야 중앙선관위까지 나서서 선거를 관리했지만, 이번 수사 결과로만 보면 성과는 신통치 않다.

8일 경찰청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49명이 구속되고 702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870명은 내사를 받다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11명은 아직 수사를 받고 있다.

선거사범 유형을 보면 금품·향응 제공이 956명(58.6%)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사전 선거운동 300명(18.4%), 후보비방·허위사실 공표 189명(11.6%), 임직원 선거개입 29명(1.8%), 기타 158명(9.7%) 등이다.

수사 또는 내사를 받은 조합장 당선자는 총 358명이다. 14명은 구속, 156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당선자 가운데 최소 170명은 이미 기소됐거나 앞으로 재판을 받는다는 뜻이다. 183명의 혐의는 드러나지 않았다. 5명의 수사는 진행 중이다.

지역별 수사 대상자는 경남이 262명(16.1%)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충남 253명(15.6%), 전북 226명(13.8%), 전남 221명(13.5%), 경북 151명(9.3%), 경기 144명(8.8%) 등 순이다.

경남지방경찰청은 262명을 조사해 17명을 구속하고, 15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91명의 내사는 종결했다.

경기지방경찰청은 1명을 구속하고 66명을 불구속입건했다.

대다수 피의자는 기소 전 단계에 있지만, 일부는 1심 재판에서 이미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다.

충북 지역 농협 조합장인 도모(54)씨는 조합원에게 100만원을 건넨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전남 광양의 조합장 김모(53)씨에게도 1심 재판은 당선무효형을 내렸다. 김씨는 조합장 선거를 앞둔 1월 초순부터 2월 중순까지 개당 4만6천원 상당의 사과상자 62개를 조합원들에게 나눠 준 혐의로 구속기소돼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제주도의 농협 조합장 현모(57)씨는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았다. 당선무효형의 벌금 최저액인 100만원을 넘는 액수다. 현씨의 혐의는 선거를 앞두고 조합원 260여명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사전 선거운동을 했다는 것이다. 그는 경쟁 후보를 188표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전주지방검찰청은 3월 14일 축협 조합원 이모씨 등 3명을 구속했다. 선거에 출마할 예정인 조합장 후보의 사무실을 도청한 뒤 음성파일을 유포시킨 사실을 적발했기 때문이다.

구속되거나 불구속 입건된 당선자는 유권자들에게 금품을 제공하거나 상대 후보를 악의적으로 비방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추후 재판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을 개연성이 높아 무더기 재선거가 예상된다.

선거관리위원회 위탁 선거로 치러진 첫 전국 동시 조합장선거는 751명을 형사처벌할 정도로 혼탁한 것으로 드러난 만큼 특단의 청렴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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