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장기미제 3배로 증가…서영교 의원 "국민 기본권 침해 우려"

(동양일보) 일본강점기 때 강제징용으로 부친을 여읜 이윤재씨는 2009년 헌법재판소의 문을 두드렸다.

우리 국민의 대일본 청구권 문제가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을 확인한다는 내용이 담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2조 1항이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한다고 규정한 헌법에 반하니 위헌으로 선언해달라는 취지였다.

한일청구권 협정은 그간 일본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일제 강제징용이나 위안부 피해자들의 발목을 번번이 잡아온 터였다.

그러나 이씨가 제기한 위헌소원 사건은 2009년 11월 이후 5년 9개월째 결정이 내려지지 않고 있다.

이 사건은 광복 70년, 한일협정 체결 50년이 된 2015년 현재 헌재에 계류 중인 최장기 미제사건이다.

이씨는 그간 수차례 헌재에 탄원서를 냈고, 2014년 3월과 올해 3월 두 차례 공개변론을 열어달라는 신청을 했지만 헌재는 2천일 넘게 묵묵부답이다.

이처럼 법정처리기간(180일)을 넘긴 장기 미제 사건이 최근 5년간 3배 가까이 증가했지만, 헌재는 절반가량을 기각이나 각하 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서영교 의원이 헌재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년 이상 계류된 장기미제 사건은 2011년 48건에서 올 7월 113건으로 5년간 3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러나 최근 5년간 헌재가 법정처리 기한을 넘겨 심리를 진행했던 2천420건 가운데 42.5%인 1천28건이 헌법소원 요건이 되지 않는다고 각하되거나 기각결정됐다.

2010년 12월 접수된 현대차 파견법 사건도 5년째 계류 중인 장기 미제 가운데 하나다.

사용자가 2년 넘게 파견노동자를 사용하면 원청업체가 직접 고용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이 담긴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위헌이라며 현대차가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은 2013년 6월 공개변론까지 열었지만 결론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서영교 의원은 "심판사건을 6개월 이내에 선고하도록 규정한 헌법재판소법을 헌재가 강제성이 없다고 해석하면서 위반하는 상황"이라며 "장기간 사건을 지연시키다 종국에는 기각이나 각하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아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는 만큼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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