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전·현직 농구·유도·레슬링선수 총 26명 검거

(동양일보) '고의 에어볼'을 던져 팀이 경기에서 지게끔 승부를 조작하고 여기에 미리 베팅을 한 농구선수와 유도선수가 경찰에 붙잡혔다.

또 2009년부터 적게는 100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대까지 불법 스포츠 도박을 한 전·현직 농구 및 유도 선수 등 24명이 무더기로 검거됐다.

이들은 국군체육부대에서 함께 복무하며 서로 알게 돼 도박에 손을 댄 것으로 조사됐다.

●전·현직 농구, 야구, 레슬링 선수 26명 입건…3명 군 이송 =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수사과는 8일 프로농구 경기에서 승부를 조작하고 스포츠 도박을 한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로 농구선수 박모(29)씨와 유도선수 황모(28)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또 불법 스포츠 도박 인터넷사이트에서 베팅한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 등으로 전·현직 농구선수 12명, 유도선수 13명, 레슬링선수 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프로농구 간판스타인 국가대표 김선형(27·서울SK) 선수까지 2009∼2010년 50여 차례에 걸쳐 약 70만원을 베팅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김 선수는 경찰에서 "대학 시절 불법인 줄 모르고 그랬다"고 진술했다.

다른 이들은 불법 인터넷 도박 사이트에서 2009년 8월부터 지난 3월까지 적게는 100만원에서 많게는 4억 원대까지 베팅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또 현재 국군체육부대에서 복무 중인 3명도 불법 도박한 사실을 확인해 군부대에 이송할 예정이다.

다만, 국민체육진흥법과 상습도박죄(마지막 도박일 기준)의 공소시효는 5년이다. 이 때문에 공소시효가 지난 1명은 무혐의 처분했다.

●'고의 에어볼'로 승부조작 = 황씨는 올 2월 14일 열린 프로농구 서울삼성과 인천전자랜드의 경기에서 박씨에게 링에 정확히 맞지 않는 불완전한 슛인 '에어볼'을 고의로 던져 박씨 소속 팀이 패배하게끔 하는 승부조작을 청탁하고 박씨는 이에 응해 승부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승부를 조작하기로 모의한 뒤 베팅한 금액은 각각 100만원과 300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사전에 승부를 조작하기로 모의하고 이 같은 내용의 정보가 다른 유도선수들 서너명에게도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 전달됐지만, 실제 베팅으로 이어졌는지는 경찰은 밝혀내지 못했다.

또 황씨와 박씨가 불법 도박 사실에 대해서는 시인하면서도 경기 중 승부조작행위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국군체육부대서 알게 돼 도박 시작 = 농구와 유도로 종목이 서로 다른 황씨와 박씨가 서로 친분을 쌓은 곳은 다름아닌 국군체육부대였다.

그 전에도 전국체전 같은 곳에서 만나 안면은 있었으나 함께 생활을 하면서 친해지고 사회에 나와서도 연락을 주고받았다.

이들 외 다른 피의자들도 대부분 국군체육부대에서 군 생활을 하며 알게 돼 군부대 내부의 사이버지식방(PC방)에서 도박에 발을 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는 군부대에서 반입이 금지된 스마트폰을 몰래 들여와 베팅을 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또 대부분 같은 대학 선·후배 사이들로, 별다른 '죄의식' 없이 불법 도박에 참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들이 참여한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자 등으로 수사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입건된 선수들에 대해서는 오는 9일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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