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묘순(편집국 기자 / 옥천지역 담당)

▲ 김묘순(편집국 기자 / 옥천지역 담당)

‘이웃사촌’이란 참 맹랑한 말이다.
‘이웃에 사는 사촌처럼 친하고 우애가 돈독한 사이’를 이르는 말일 것이나 요즘은 이웃의 인심이 고약해져 ‘이웃사촌’이라는 말에 반감을 일으키기 십상이다.
좁은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옹기종기 모여 살던 조상들의 흔적이 지금도 남아있는 곳이 옥천이라는 소읍에는 많다.
그런데 그 좁은 골목길에 바위가 서너개씩 들어앉아서 가뜩이나 비좁은 골목을 옹색하게 만드는 곳이 더러 눈에 뜨인다. 여기서 바위란 사람의 힘으로는 이동이 불가능하며 기계의 도움으로만 움직임이 가능한 커다란 돌멩이를 이르는 것이다. 이러니 이 바위는 어디서 굴러온 것도 아니요, 사람이 들어다 내려놓은 것은 더더욱 아닌 셈이다. 사람이라는 인간이 고의성을 갖고 기계를 이용해 골목에 의도적으로 옮겨놓은 것이라고 보인다.
바위 이야기는 이렇다. 골목길로 자신의 땅이 들어가 있으니 골목길도 개인 재산의 일부로 보는 것이 이유요. 행여 미운 이웃이 있으면 그 이웃주민에게 불편함을 주려는 의도요. 또 자신의 힘이 미치는 범위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과신하려는 의도도 포함된 것이리라.
하물며 바위의 등장 전에는 대못을 거꾸로 세워놓고 시멘트로 처리해 놨다. 그 골목을 지나던 차량들이 거꾸로 튀어나온 날카로운 대못에 펑크가 나는 불상사를 종종 겪어야 했다. 이러다보니 지나다니는 차량과 이웃주민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몇 달을 세워져 있던 날카로운 대못은 망치로 누군가가 굽혀놓았다. 이후 펑크는 나지 않았다.
펑크 사건 이후 굽어진 대못대신 바위가 대신 자리를 잡았다.
골목길을 다니는 행인들은 바위를 가져다 놓은 사람에게 눈을 흘기지만 직접 말을 건네진 않는다. 그래도 이웃인데 괜히 나섰다가 서로 얼굴을 붉히는 상황이 벌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웃을 등에 지고 바위로 인해 불편을 겪는 이웃을 보며 고소한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웃’이라는 것에 대해 참 생각이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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