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논설위원 / 청주대명예교수)

▲ 박종호(논설위원 / 청주대명예교수)

한마디로 안타까운 일이다. 내년 4월 13일에 실시될 제20대 국회의원 후보자를 정당별로 어떤 기준으로 선발하여 공천을 할 것인가를 놓고 논의의 장을 펼친 지가 언제인데 이제까지 확정을 짓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으니 말이다. 여당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일찌감치 “한명의 전략 공천도 허용치 않고 후보자 모두를 국민이 뽑는 완전국민경선제(오픈 프라이머리)를 실시하겠다.”고 공언하였고, 제일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전제조건으로 여당과 공조할 수 있다는 절충안을 내놓았었다. 그러한 입장(스탠스:stance)을 취해 오던 양당대표는 대통령의 유엔총회 방문 중, 부산에서 회동하였고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를 실시할 것을 합의하였다.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는 유권자에게 안심번호를 부여한 뒤 선거관리위원회가 전화 여론 조사를 통하여 후보를 결정짓는 신 공천방식이다. 이러한 양당 간의 합의에 대하여 여당의 사령탑이라 할 수 있는 청와대는 ?여론조사 역선택에 의한 민심 왜곡 ?낮은 응답률에 따른 조직선거 가능성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경선 관리 비용 발생에 따른 세금공천 ?현장성 결여 ?당 내부 합의 없는 졸속협상 등 5대 불가론을 제시하며 반박하였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이튿날인 9월 30일에 의원총회를 열어 당론으로 확정하려 하였으나 계파 간 내부 권력 투쟁에 밀려 ‘당내에 공천제도 확정을 위한 특별 기구를 신설하여 논의를 계속한다.’는 결론을 내린 뒤 폐회되었다.

도대체 국회의원의 자리와 계파가 무엇이기에 공천의 룰을 놓고 저토록 치열한 싸움을 벌인단 말인가.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라는 명예를 가지고 국민의 바른 주장을 대변하고 국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자리가 아닌가. 자신의 안복(安福)은 뒤로하고 오로지 국민의 행복지수 제고에만 전념해야 하는 희생과 헌신 및 봉사의 자리가 아닌가. 그리고 계파는 정당의 틀 안에서 정치의 이해와 목적을 같이 하는 사람들의 정서적이고 감성적이며 이익공동추구적인 집단이 아닌가. 어디까지나 정당 틀 안에서의 동호 또는 동류집단인 것이다. 유의할 점은 국회의원은 유권자로부터, 계파의 리더는 비공식 조직인 계파구성원들로부터의 신망을 재산으로 하는 자리이고 집단이라는 것을 깨닫는 일이다. 그것(신망)만 있으면 된다고 인식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다. “국민에게 봉사하겠다.”면서 왜 꼭 자신만 계속 그 직을 차지하여야 하고 더 큰 자리와 권력을 누려야 하는지. 왜 이렇듯 본말이 전도된 행위를 계속해야 하는지 모를 일이다.

국회의원이나 정당의 수장들은 더 이상 국민들에게 본말이 전도된 행동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들의 행동은 백년 후에도 천년 후에도 떳떳하고 정당할 수 있는 당정성(當正性)을 견지하여야 한다. 다음 선거에서도 공천을 받고 당선이 되는 것만이 살길이라는 생각으로 온갖 꼼수와 기교(당권유지용 술수)를 부려서는 아니 된다. 권모술수나 비겁한 방법을 동원하여 국회의원이 되거나 정당의 수장 및 그 이상의 직위에 오른 사람은 결코 국가의 지도자로서의 가치와 명예를 인정받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사람다운 자격으로서의 인격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 된다.

 


이런 관점에서 공천은 소위 전략공천으로 이해되는 하향식(top-down)이 아닌 자격을 갖춘 당원의 의사가 전폭적으로 반영되는 상향식(bottom-up)을 채택하여야 한다. 미국에서 실시되고 있는 완전국민경선제인 오픈 프라이머리(open primary)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그러나 오픈프라이머리는 국민에게 공천권을 준다는 취지는 좋으나 본 선거가 아닌 후보공천에서 비당원인 국민의 선택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이는 정당의 본질에도 어긋나는 투표일뿐만 아니라 한번 투표하면 족할 국회의원 선거를 두 번에 걸쳐 실시하는 방식이 됨으로써 시간과 비용의 낭비를 초래하게 된다. 굳이 미국의 제도를 도입한다면 당원만의 표에 의하여 후보를 결정하는 코커스(Caucus)의 방법을 도입하는 것이 타당하다. 본질에 어긋나는 제도나 룰(rule:규칙)은 어떠한 설명으로도 그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 후보자 공천은 정당의 고유권한이다. 타당과의 협상이나 합의의 대상이 아닌 것이다. 오로지 국민만을 바라보고 정당의 목적에 부합하고 국민대표자로서의 자질을 구비하고 있는 적격자를 선택하는 단순과정인 것이다. 후보 공천룰을 놓고 당청간이나 당내 계파간에 갈등을 조성하는 것이나 당청간에 충돌하거나 친노와 비노간에 대립양상을 보이는 것은 스스로들에게 부끄러운 일이며 국민에 대하여 지극히 불공한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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