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예총이 수십년동안 청주를 벗어나지 못했던 충북예술제를 군지역에서 개최해 새로운 모험에 나섰다.
충북예총은 4일 ‘예술-시대를 밝히다’를 주제로 한 57회 충북예술제를 괴산에서 화려하게 개막했다. 충북예술제는 2015괴산세계유기농산업엑스포 행사장 특설무대에서 오는 7일까지 계속된다. 괴산은 인구 3만명이 조금 넘는 전형적인 농촌지역으로 문화예술과 그 기반시설은 청주에 비해 비교가 안될 만큼 매우 열악한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북예술제가 그동안 독무대였던 청주를 벗어나 괴산에서 열린다는 것은 충북예술제 58년사에 한 획이 아닐 수 없다. 문화예술인들이 청주에 많이 분포돼 있고 공연장·전시장 시설 또한 청주에 집중돼 청주에서의 개최는 당연시돼 온 게 사실이다. 그런만큼 타 시·군에서 충북예술제를 여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고 어느 누구도 시도를 하지 못했다, 이순(耳順)이 다 되도록 시간이 흐르는 동안 이러한 관념은 고정화 됐다.
그런데 충북예총이 과감하게 이러한 고정관념을 깼다. 비록 청주에서 열리던 과거 행사때보다는 규모나 행사일정을 줄였지만 내용과 질은 전혀 손색이 없다는 평이다.
특히 이번 예술제에는 충북예총이 선정한 충북의 작고(作故) 예술인 62명이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의 근·현대적 문화예술을 이끌어 온 중심엔 충북 출신이 대거 포진돼 있다. 그러나 이들중 작고 예술인에 관한 자료가 제대로 정리돼 있지 않고, 심지어는 후배 예술인 뇌리에서조차 잊혀져 가는 존재가 돼 버렸다. 이에 충북예총은 한달여간의 작업 끝에 작고 예술인 62명을 선정하고, 이들의 업적과 사진자료를 구하지 못한 예술인을 제외한 54명의 초상을 이번 거리퍼레이드에서 공개하고 행사기간동안 특설무대 전면에 설치, 전시중이다.
국악인 박팔괘, 소설가이자 시인인 조명희, 조각가 김복진, 만화가 권구현, 작곡가 권순철, 시인 정지용, 소설가 이무영, 아동문학가 권태응, 시인 이흡 등등... 한국예술계의 기라성 같은 작가들이 충북출신이라는 자랑스러움을 엑스포를 찾은 전국의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전시장 시설이 마땅치 않아 건축, 미술, 사진작품 전시에 애로를 겪고 있는 점과 특설무대가 노천인데다 오후 6시 이후에 열리는 연극, 무용, 음악, 시낭송 등 각종 공연작품이 조명효과를 보지 못해 작품분위기를 한껏 살리지 못하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는 지역이 지닌 어쩔 수 없는 한계로, 행사에 참여하는 예술인들이 슬기롭게 대처하고 극복해야 할 몫이다. 그래야만 향후 제2, 3의 지역예술제 개최를 기대할 수 있다.
이번 괴산에서 열리는 충북예술제는 청주를 벗어난 군지역 개최 첫 예술제라는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한때 외풍에 흔들렸던 충북예총이 이를 잘 추스르고 새 변화를 추구했다는 점이다.
충북예술제는 도내 문화예술인들의 최대 종합축제다. 이번 지역 나들이 예술제를 계기로 문화예술인들의 더 나은 소통과 화합, 지역주민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제고, 문화시설을 확충하도록 하는 밑거름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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