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우(시인)

▲ 이석우(시인)

2013년 가을, 필자는 <대마도는 본시 우리땅이다>라는 대마도 우리역사문화 답사기를 집필하기 위해 대마도 이즈하라항의 조그마한 민박집에 묵고 있었다. 여주인은 얼굴이 곱살하고 상냥하였다. 앞뜰의 화단에는 주인의 깔끔한 몸맵시를 닮은 화초들이 피어 있었다. 언덕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이즈하라항은 푸른 바닷물에 예쁜 허리를 반쯤 담구고 눈부신 아침 햇살을 우리가 묵고 있는 언덕 위로 분사시키고 있었다..
나는 밥맛이 어떠하냐고 상글거리며 묻는 여주인에게 왜 대마도에서 매년 개최하던 아리랑축제를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쭈빗거리더니 대마도의 불상 두 개를 한국의 8인조 절도범들이 훔쳐간 것을 돌려주지 않기 때문에 축제를 취소하였다며 미안한 몸동작으로 말을 전해주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왠지 창피한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이때부터 대마시는 우리 문화재의 흔적 지우기를 시작하였다. 예로 백제의 은행나무 안내판에서 백제를 삭제한다거나 가미자카 공원의 전투에서 승리하여 대마도주가 된 경상도 송씨의 이야기를 부정하는 안내판을 새로 세우는 따위의 일들을 시작한 것이었다.
이 두 불상은 모두 청동으로 만들어졌으며 여래입상은 8세기 중엽 통일신라시대에 만들어졌고 관음보살좌상은 고려 말 충숙왕 17년(1330년)에 만들어졌다. 현재 일본은 이 불상들을 중요문화재로 지정하여 보존하고 있다.?
미네(峰)의 가이진(海神) 신사에 금상(金像) 2기, 목상(木像) 3기의 불상이 모셔져 왔는데 금상 2기 중 하나가 바로 최근에 도난당해 국내에 들어온 여래입상인 것이다. 이 절의 보물창고에는 우리의 불교 유물들이 많이 소장되어 있다. 원래는 사찰이었던 것을 신사로 만들면서 이 신사의 본전 주신체(主神體)으로 이 동조여래입상을 모신 것이다. 그런데 이 신사의 신주를 훔쳐왔으니 협한의 정서를 충분하게 제공했을 터이다.
또 하나의 불상은 고쓰나(小綱)의 관음사(觀音寺)에 주존불로 봉안하고 있는 청동관음보살좌상이다. 이번에는 신사가 아닌 절을 공략하였다. 관음사의 주지스님이 이 보살좌상을 옮기다가 아랫 쪽의 송판 막음이 떨어져 봉납물이 쏟아졌는데, 한지에 붓글씨로 쓴 기록물이 발견된 것이다. 충남 서산의 부석사 관음전의 주존불이며 고려 충숙왕 때 만들었다는 기록이 나온 것이다. 이 때문에 세인의 관심을 받아왔었다. 그런데 이 절은 스님이 상주하지 않는다. 도둑 입장에서 최적의 범행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대마도에는 또 다른 관음사가 있다. 어느 일간지가 이것을 모르고 잘못 취재하기도 하였다. 필자의 답사팀도 관음사를 찾는데 오후 일정을 모두 소진하였다. 너무나 작고 스님도 없으니 지역 주민들도 잘 모르는 절이었던 까닭이다.
일본에 남아 있는 우리 문화재는 6만 7천 점 정도이다. 이중 약탈해 간 것으로 보는 문화재 수량은 3만 4천 점 가량으로 보고 있다. 그 중 겨우 4천 점이 우리나라로 반환된 상태이다.
물론 우리와 일본 사이에 문화재 협정이 체결되어 있다. 그러나 일본 측은 불법적으로 부당하게 약탈해갔다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문화제 반환에 냉소적이다. 약탈해 갔다는 증거가 없으므로 한국이 만든 것이지만 자기네 것이라고 하면서 문화재로 지정하는 것이 옳을까?. 이는 독도가 한국영토가 확실하지만 일본 땅으로 지정하여 자기들의 소유물로 만들려는 심산의 셈법과 비슷하다. 1943년 일제는 항일운동의 정서의 단초가 되는 ‘이순신대첩비’, 이성계의 왜구 격파를 기록한 ‘황산대첩비’ 등을 파괴하고 보신각종을 물자 공출의 대상으로 삼기도 했었다.
실제 문화재 반환에 대한 국제협약들은 애매한 부분이 많다. 가치가 큰 문화재들은 대부분 강대국에서 약소국으로 불법 이동된 것들이다. 이것들은 전쟁 중이거나 식민지배의 약탈이 대분이다. 국제협약은 전쟁 중에 이동된 문화재에 대한 언급을 고의로 빼어버리고 있는 상태이다. 그리고 이 협약들은 모두 강제 규정이 없다. 그러므로 문화재를 소유하고 있는 당사국의 반환 의지가 중요 시 될 뿐이다. 일본은 우리 문화재에 대한 욕심이 크니 더욱 그러하다.
 안타깝게도 이 불상들이 일본이 약탈하거나 강탈해 갔다는 증거가 없다. 서산사에 주존불 도난 경위가 기록 되어 있다면 문제는 아주 간단하다. 물론 이 관음불의 봉안내용에 이전 기록이 없으니 정상적인 반출이 아니라는 짐작은 가능하다. 그렇지만 교류나 기증, 선물 등의 방법으로 건너갔을 개연성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대마도에서 도난 불상들은 수백 년간 대마도 주민의 자랑거리로 있었다. 대마시의 문화재 정책은 비판하여 주민들의 우리 문화재에 대한 애정을 모른 척해서는 안 된다. 동조여래상은 이미 돌려주었으니 관음보살좌상도 돌려주어 국제적 웃음거리에서 벗어나야한다. 소탐대실이라고 하지 않는가. 4만 점의 문화재 반환 교섭에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우리 문화재를 우리 안방에 모셔두고 것도 중요하지만 좀 더 개방적인 생각으로 바깥의 관람자들에게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더군다나 대마도는 풍신수길조차 한국땅으로 인정했으며 이승만 대통령도 60여 차례 반환을 촉구했던 우리 섬이다. 대마도는 우리 영토이다. 대마도에 있는 것은 우리 땅에 있는 것이다. 통 크게 돌려 보내주자, 관음보살좌상 얼굴의 화사하고 아름다운 미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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