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가꾸는 ‘우리말글 겨루기’대회

내일(9일)은 569돌 한글날이다. 한글날 충북에서는 의미 있는 행사가 열린다. 동양일보는 이날 충북도내 초·중·고교생들을 대상으로 ‘우리말글 겨루기’ 대회를 개최한다. 동양일보가 지난 2011년 창사 2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시작해 올해로 5회째를 맞는 ‘우리말글 겨루기’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탄생기록을 갖고 있는 한글과 우리말의 우수성을 알고, 우리 말글을 스스로 지키자는 의미로 만든 대회로 매년 10월 9일 열리고 있다.
한글은 세계적으로도 과학성과 우수성이 입증된 언어이며,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조합형의 소리글자이다. 고유한 글을 가진 국가는 전 세계를 통틀어 20여 곳 남짓하다. 하나의 민족이 글이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국민은 이에 자부심을 갖고 일상생활에서 한글을 가꾸고 지켜나가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 자랑스러운 한글을 제대로 쓰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일상생활에서 한글이 소홀히 다루어지는 경우는 흔히 볼 수 있다. 공공행사에서 잘못된 표현이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되는가 하면 방송 등 언론기관에서 사용하는 용어에도 문제가 많다. 공공기관이나 도로 표지판, 유적지 표석 등에 글자가 틀리는 일도 있다.
특히 청소년들의 언어 파괴 현상은 심각하다. 50대 이상 세대들은 청소년 언어를 절반 정도도 이해를 못하고 있으며, 말로 하는 대화보다 SNS 대화를 선호하는 문화로 인해 가족 내 대화 시도에도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로 밝혀졌다. 가장 이해하기 어렵거나 불편하게 느껴지는 청소년 언어는 핵노잼(정말 재미 없다), 츤데레와 같은 국적 불명의 혼합 단어들이 33%나 차지했다. 단어마다 등장하는 욕설이 30%, 생선(생일선물), 극혐(극도로 혐오)과 같이 여러 단어를 한데 줄여서 만든 신조어가 26%, ‘ㅂㄷㅂㄷ’(부들부들), ‘ㅇㅇ‘(응) 처럼 모음마저도 생략해버린 자음 표현들이 11%로 나타났다.
올바른 한글 사용에 앞장서야 할 방송매체들의 외래어 남용은 심각한 수준이다. 공영방송 뉴스에서 금년 추석에는 보통 때보다 더 큰 달을 보게 됐다면서 ‘슈퍼문’이라고 보도했다. 그냥 ‘큰 (보름)달’이라고 하면 될 일이다. ‘세계적’ 또는 ‘국제적’이라는 우리말을 놔두고 ‘글로벌’이라고 쓰면 뭐가 나은지 모르겠다.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오픈프라이머리’는 ‘완전국민경선제’라고 하면 된다. 한글로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데 굳이 외국어를 써야 하는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정보기술(IT) 분야는 한글이 외면당하고 있다. ‘컴퓨터’나 ‘인터넷’ 같은 경우는 발음 그대로 표기하여 우리말로 정착된 외래어이므로 그런대로 괜찮다. 그러나 새로운 용어를 가능한 한 우리말로 뜻을 표현할 방법을 찾아서 사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산업 클러스터’보다는 ‘산업단지’, ‘핀테크’는 ‘금융기술’, ‘스타트업’은 ‘신생기업’이라고 하면 충분한 표현이 된다. 첨단의 영역일수록 국민이 쉽게 이해하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적합한 우리말 표현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글날인 9일 동양일보 주최로 충북도내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열리는 ‘우리말글 겨루기’대회가 학생들에게 우리말과 글을 소중히 생각하고 정확히 사용하도록 하는데 역할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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