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정책 대신 정치공방·맹탕 질의 '구태' 여전..'국감무용론' 등 비판 여론에 여야 해법 엇갈려.

(동양일보) 19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8일 종료되면서 '혹시나' 했던 기대는 '역시나'라는 실망으로 변했다. '국감 무용론'도 어김없이 나왔다.

국민을 대신해 행정부의 실정을 예리하게 파고 들고, 대안을 제시해야 할 국감에서 정책은 실종된 채 여야의 정쟁만 난무하는 양상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의 '기싸움'에 당내 분란까지 겹치면서 구태가 오히려 더 심해지는 등 '역대 최악'의 국감이었다는 호된 비판까지 나오는 형편이다.

● 말로는 민생, 속내는 총선 = 이번 국감을 앞두고 여야는 각각 '민생국감', '4생(生) 국감'을 내세워 민생을 강조했지만 정작 관심사는 내년 총선임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국감 시작부터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재신임 투표를 들거나오면서 야당의 전열은 크게 흐트러졌고 여론의 시선도 야당 내홍으로 완전히 쏠렸다.

우여곡절 끝에 야당의 내홍이 일단락되자 이번에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문 대표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뜻을 모으면서 불길은 여권 전체로 번졌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의 잠재적 대권주자를 겨냥한 공세도 이어졌다.

야당에서는 김무성 대표 사위의 마약사건을 국감 내내 물고 늘어졌고, 여당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들 병역면제 의혹을 다시 들춰내며 역공에 나섰다.

국감 중반 이후에는 내년 총선 선거구 획정안이 이슈로 부상하면서 의원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 '맹탕질의' '망신주기' '눈길끌기' 여전 = 이런 상황에서 주요 정책이나 이슈에 대한 '송곳질의' 대신 '맹탕질의'만 이어졌다.

국감 전 불거진 '롯데사태'와 관련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국감장에 나왔지만 정작 의원들은 "한일전 축구 때 한국을 응원하겠느냐"거나 자신의 지역구에 골프장을 건설하지 말라는 등 질의로 국감의 김을 뺐다.

정부·여당의 최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노동개혁이나 전월세 대란, 청년 일자리 대책 등 민생에 직결된 이슈들도 예상과 달리 심도있는 토론없이 '수박 겉?기식' 질의와 답변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에 대한 특별감사 형식으로 진행하기로 한 국감도 증인 출석 문제로 공방을 벌인 끝에 파행했다.

반면 고성 막말이나 피감기관과 증인을 향한 고압적 질의나, '셀프 성형도구'를 소개하는 등 '시선끌기' 경쟁은 더욱 심해졌다.

보건복지위에서는 기관장의 성희롱 의혹을 추궁하던 중 의혹이 된 발언을 인용해 "물건을 꺼내보라"는 요구를 하는 장면까지 연출됐다. 구파발 검문소 총기 사고가 미필적 고의 아니냐는 질의를 하던 중 경찰청장에게 모의권총을 주고 격발해보라는 '망신주기성' 요구도 있었다.

● 피감기관장 '무성의', '도발'로 파행 = 피감기관장들도 무성의한 태도나 부적절한 대답으로 논란을 더욱 키웠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분간의 질의에 대한 답변을 요구받자 "머리가 나빠서, 7분 내내 질문만 하셔서 뭘 답변할지 모르겠다"고 답해 고성이 오갔다.

홍준표 경남지사도 자신의 답변이 제지당하자 "어허, 참"이라고 호통치듯 말해 국감 파행을 초래했다.

특히 국감 후반에는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연일 '공산주의자' 등 발언으로 이념 논란을 일으키며 야당의 거센 반발을 샀다.

● 與 "제도개선 TF" 野 "입법·예산 보완" = 여야는 국감무용론 등 빗발치는 비판 여론에 각각의 해법과 각오를 밝혔다.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증인 채택 문제나 피감기관의 지적사항 이행 정도 등을 점검하고 사후조치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고질적인 국감 관행이 20대 국회로 이어지지 않게 하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이와 관련, 조만간 국감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증인채택이 정쟁이나 민원해결에 악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국감 증인신청 실명제법을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국감 점수를 매겨달라는 주문에 "점수가 좋은 것 같지 않다"고 자성했고, 최재천 정책위의장은 "야당이 좀 더 열정을 갖고 강력한 모습을 보였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노력의 한계를 정직하게 고백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정보위와 운영위 국감이 남았다. 가장 중요한 기관이고 권력기관인 만큼 최선을 다해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며 "지적된 한계들은 정기국회 입법이나 예산을 통해 보완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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