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효환

날마다 당신 때문에 울고

당신 때문에 웃는 내가

종려나무 줄지어 숲을 이룬

남쪽바닷가 언덕에 앉아

다시 당신을 기다린다

붉게 물드는 해질 무렵의 바다

멀리서 느릿느릿 드는 낡은 고갯배 한척

닻배 봉기(鳳旗)에 오방기 매달고

만선을 알리는 풍장소리 들리는 듯하다

상고선(商賈船)이 먼저 다녀간 고깃배 들면

포구에 시장 서고 물고기 펄떡일 것이다

그렇게 해풍 몇 번 들고나면

겨우내 언 마늘밭에

실핏줄 같은 뿌리 단단히 내린 초록 오르고

가을보리밭 푸르게 일어나

잠든 어촌마을을 흔들어 깨울 것이다

 

다 비우고 다 털어낸 줄 알았는데

내일은 해안도로변 동백꽃

툭툭, 각혈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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