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승유

귀의 생김새라든가 배고플 때의 표정이라든가 주로 오후 3시에 연락을 해온다든다 그런 식의 말이라면 내일 아침까지도 할 수 있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사라졌다면 씻어서 엎어놓은 머그잔에서 코끼리 한 마리가 빠져나갔다면 발자국이 어느 쪽으로 났는지 찾아낼 수 없다면

 

다시 시작하기 위해 뜨개질을 할까요 후추나무는 이제 건드리기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서 있고 바람은 결심을 할까요 구름은 실족할까요 의자가 주춤 손가락이 주춤 이러다 탭댄스라도 추겠어요 주춤주춤 대문을 넘어선 오후 3시가 두 귀로 쏟아지고 있는데

 

나는 언제 사라진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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