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조아라 기자) “다사리에서는 향기가 날 정도 한 가족 같으다. 이 시를 가르쳐주셔서 고맙습니다. 선생님. 사랑합니다. 다사리 야학이여. (유지숙 시 ‘다사리’ 중에서)”

얼마 전, 청주 수곡동에 있는 다사리장애인학교 야학교실을 찾았다. 이곳에서 진행하고 있는 ‘1인 1책 펴내기 프로그램’을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6년 동안 20여권의 책을 펴낸 야학교실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마음 열고 바라본 세상, 모두가 시더라(11월 10일자)’라는 제목의 기사로 나간 바 있다.

처음 수업을 시작했던 2010년에도 이곳을 찾은 적 있었는데, 당시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유지숙씨가 올해는 보이지 않았다. 지도강사인 권금주씨에게 그에 얽힌 사연을 들을 수 있었다.

뇌성마비와 언어장애로 지체장애 1급인 유지숙씨는 몸이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2년 간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수업을 나왔다고 했다. 그러나 꼬박꼬박 수업을 듣고 열심히 공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시 쓰기란 녹록치 않았나 보다. 첫해에는 시편이 많이 모자라 책을 내지 못했고 이듬해까지 50여편을 썼을 뿐이었다. 권씨는 책을 꼭 내주고 싶다는 생각에 심사위원회에 지숙씨의 절절한 사연을 담은 편지와 함께 시를 함께 제출했다. 그런데 신청서를 내고 난 후 그는 연달아 2번이나 결석을 했다. 다급한 마음에 권씨가 전화를 하니 서울로 대수술을 받으러 가야 한다며 펑펑 울었다. 암이었다. 그리고 결국 그는 한 권의 책을 남긴 채 하늘나라로 떠났다.

다듬어지지 않은 그의 시는 결코 문학으로서의 수준이 높다고 볼 수는 없었다. 그러나 육체적 고통 속에서 피어난 그 속에는 시에 대한 진한 애정과 진정성이 담겨 있었다. 원고가 모자라서였겠지만 시집에는 정갈하게 타이핑한 시와 동일한 내용의 육필 원고가 함께 담겨 있었다. 컴퓨터를 다루지 못했던 지숙씨가 자꾸 엇나가는 팔을 부여잡고 연필로 한 자 한 자 어렵게 글씨를 썼을 모습을 상상하니 마음이 짠했다.

맑고 밝은 표정으로 시를 통해 새 삶을 찾았다고 말하는 다사리장애인 야학교실 사람들을 만나고 돌아서며 마음을 치유하는 문학의 큰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육체는 사라질 지 언정 시는, 책은 영원히 남아 그 사람을 기억하게 할 것이다. 가슴이 먹먹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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