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비·쭈그리고 앉는 자세·복부비만 등의 악화요인 교정해야

(동양일보) '골반장기 탈출증'으로 속앓이를 하는 여성이 늘고 있다.

소위 '밑이 빠지는 병'으로 잘 알려진 골반장기 탈출증은 자궁과 질, 방광, 직장을 지지하는 골반 바닥 부위의 근육이 약화하면서 뱃속 장기가 아래쪽으로 돌출돼 나오는 질환이다. 노화, 출산, 폐경 때문에 골반 장기를 받쳐주는 근육이나 인대 같은 조직이 약해지는 게 주된 원인으로, 폐경기 이후 노년층 여성에게 잦은 편이다.

국내 1기 이상 유병률은 31.7%로, 우리나라 성인 여성 10명 중 3명 정도가 이 질환을 앓는 셈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지난해 골반장기 탈출증 중 여성생식기 탈출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0년 2만1천161명보다 약 10%가 증가한 2만3천495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에는 50대 이상의 환자가 전체의 88%를 차지했다.

골반장기 탈출증 환자들이 호소하는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하복부를 아래로 잡아당기는 듯한 느낌과 압박감이다.

그런데 환자 중에는 이런 증상이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발생하는 것으로 여겨 참고 견디거나, 수치심으로 병원을 방문하지 않아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점차 골반 내 장기들이 질을 통해 밀려나오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가져오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 노년기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질환의 악화를 막으려면 평소 생활습관 중 복압을 증가시킬 수 있는 변비, 쭈그리고 앉는 자세, 복부비만 및 호흡기 질환 등의 요인들을 교정하는 게 중요하다.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을 찾아 국소여성호르몬 치료와 골반근육 강화 운동요법(케겔운동) 등의 처치를 받고 필요한 경우에는 수술도 고려해야 게 바람직하다.

이사라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골반장기 탈출증은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의 50%에서 발생할 수 있는 흔한 질환으로 일상생활의 불편함 외에 질 점막과 자궁 입구에 염증이 생기고 점막이 벗겨져 궤양성 출혈이 생길 수도 있다"면서 "3·4기 이상 진행된 경우에도 수술로 치료가 가능한 만큼 증상이 나타났을 때 병원을 찾아 적절히 조치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골반장기 탈출증 체크 리스트다. 체크 리스트에서 2개 이상 증상이 있으면 산부인과 전문의를 찾는 게 바람직하다.

◇ 밑이 묵직하고 빠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지만 처음에는 밑이 빠지는 듯한 통증으로 시작된다. 통증은 아침보다 오후에 심해지며, 특히 무거운 것을 들면 증상이 악화한다. 골반장기 탈출증이 더 진행되면 질 쪽으로 만져지는 묵직한 덩어리가 생기는데, 처음에는 오래 서 있을 때만 나오다가 심한 경우 평상시에도 항상 빠져나와 보행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 배뇨·배변이 곤란하고 개운치 않다.

골반장기 탈출증의 가장 불편한 증상은 잦은 소변이다. 소변을 자주 보고 싶고 화장실에 다녀와도 개운치 않다. 이는 대변도 마찬가지다. 질 벽의 결손 부위로 대변이 모여있어 대변을 봐도 시원한 느낌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튀어나온 방광이나 직장을 손으로 눌러야 시원하게 소변이나 대변을 보는 경우도 많다.

◇ 웃거나 재채기할 때 소변이 새는 경우가 있다.

골반장기 탈출증은 요실금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웃거나 재채기를 할 때 혹은 줄넘기, 달리기와 같이 배에 힘이 들어갈 때 소변이 흐르기도 한다.

◇ 아래 골반이나 허리에 통증이 있다.

장시간 서 있으면 하루를 마칠 무렵 골반의 압박감이나 심한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누워있으면 일시적으로 증상이 완화되기도 한다. 골반장기 탈출증도 척추질환과 같이 직립보행을 하기 때문에 발생하고 악화된다고 할 수 있다. 골반저근에 지구의 중력이 계속해서 가해지면서 복압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증상이 악화하는 이치다.

◇ 출산 이후 부부관계 시 통증이 느껴진다.

성생활에도 문제를 일으킨다. 출산 이후 불감증이 생기거나 질이 이완된 듯한 느낌을 받으며, 심한 경우 부부관계 시 성교통을 겪기도 한다. 또 통증 외에도 성관계 시 요실금 증상을 동반하기도 해 성생활을 피하는 요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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