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복

왜소한 체격의 아버지

등을 구부린 채 쪼그리고 앉아서

구두를 닦으신다

늘 기운 없이 발을 끌며 걸어서

허름한 구두 뒤축이 기우뚱 닳아있다

육신이 가벼워질수록 짙게 드리워진 그림자

허공에 새겨진 아버지의 부조가 흔들린다

헐렁한 옷깃 사이 휑한 바람을 안고

휘청휘청 걸으시는 아버지의

한쪽으로 쳐진 등이 작아 보인다

 

어디를 빠대고 다녔는지

천방지축 철딱서니 없는 딸년의

진흙 묻은 구두를 윤기나게 닦아서

구두코를 앞으로 나란히 놓으신다

황송한지도 모르고 냉큼 구두를 신고

줄행랑을 치는 딸

오늘은 또 어느 진창 속을 헤매고 다니다

때 묻은 구두를 염치없이 벗어놓을까

말없이 딸의 구두를 집어드시는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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