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까지 '문재인 체제' 마이웨이 선언…안철수와 충돌 불사

"꺾일 때 꺾이더라도 가야할 길 가겠다"…'세번째 죽을 고비' 대면

'혁신' 기치로 비주류 제압 의지 피력…유성엽·황주홍에 단호한 조치 지시

리더십 상처 속 동력 약화 우려도

(동양일보)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3일 당 내홍 돌파를 위해 안철수 전 공동대표나 비주류와의 충돌도 불사하겠다는 정면승부에 나섰다.

문 대표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안 전 대표가 제안한 '혁신 전당대회'를 거부하고 비주류의 사퇴 요구도 일축하며 '문재인 체제'로 총선까지 끌고가겠다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당을 잘 추스르고 총선에서 이기면 야권내 차기 주자로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할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올 오어 낫씽'(all or nothing) 게임이다.

이런 입장은 비주류의 문제제기를 사실상 공천요구로 규정한 지난달 18일 '광주 선언'의 연장선상이자 비주류의 공세를 더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선전포고로 해석된다. 지난 5월 미공개 성명, 9월 재신임투표 제안 등에서 드러난 일부 비주류에 대한 강한 불신이 이번에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4일 취임 300일을 맞는 문 대표는 자신이 전당대회 출마 때 언급한 △전당대회 △당 혁신 △총선 등 세 번의 죽을고비 중 두번째 고비인 혁신에 명운을 걸겠다고 선언한 것이기도 하다. 그는 "꺾일 때 꺾이더라도 해야할 일, 가야할 길을 가겠다"고 단호한 의지를 피력했다.

문 대표가 혁신전대를 수용하지 않은 것은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한데다 '사생결단' 내지 '분열'의 전대가 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안 전 대표의 제안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 안되는 방안이라고 말씀 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외지역위원장들을 중심으로 중앙위원회를 열어 혁신전대 개최 여부를 안건에 올린 뒤 부결시키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는 해석을 낳는다.

다만 그는 "당 외부 세력과 통합하기 위한 통합전대의 경우 의미가 있다"는 취지로 언급해 신당을 창당중인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나 정의당 등과의 통합을 위한 전대는 수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혁신전대 거부는 문 대표가 대표직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기도 하다. 내년 4월 총선을 준비하려면 시일이 촉박하기 때문에 더이상 거취 문제가 논란이 돼선 안된다는 의지의 천명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빠른 시일 내에 총선기획단, 총선정책공약준비단, 호남특위, 인재영입위, 선대위 등을 순차적으로 구성해 총선체제에 돌입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문 대표가 직접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문 대표가 비주류의 반발이 명약관화한 상황에서 정면 승부에 나선 것은 향후 비주류와의 충돌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혁신의 기치를 내세워 혁신 대 반혁신 구도로 상황을 돌파하겠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는 "혁신위가 만든 혁신안, 안 전 대표가 제안한 혁신, 또한 우리 당에 필요한 더 근본적인 혁신들을 제 책임으로 해나가겠다"며 "당을 흔들고 해치는 일들도 그냥 넘기지 않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문 대표는 기자회견 직후 당무감사를 거부한 비주류 유성엽 황주홍 의원과 '부적절 처신' 논란에 휩싸인 신기남 노영민 의원 등에 대한 단호한 조치를 지시했다. 특히 노 의원은 자신의 측근그룹으로 분류돼 읍참마속도 불사한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여겨진다.

문 대표는 이날 오전 회견 내용에 대한 결심을 굳히고 주변 인사들에게 "회견시기가 오늘 내일 중 언제가 좋을지" 물어봤다고 한다. 회견 원고는 직접 쓴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표는 일부 인사들이 "명예로운 퇴진이 좋지 않겠느냐"고 묻자 "방법이 뭔지 얘기해달라"며 고집을 꺾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표 측은 "무엇보다 빨리 털고가야 한다는 문 대표의 의지가 강했다"며 "특히 지난 9월 당내 의원들의 설득에 밀려 재신임투표를 밀어붙이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미 리더십에 적지 않은 상처를 입은 상태에서 동력이 충분할 것이냐는 우려가 당 안팎에 적잖이 제기된다. 그가 정치적 명운을 건 총선에서 의미있는 성적을 거둘지 못할 경우 재기가 어려울 정도의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부담도 엄청난 상태이다.

당내 중도파와 중진그룹에서 "현 체제로는 안된다"는 위기의식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혁신의 이름으로 당내 통합 보다는 자칫 불통과 분열의 이미지를 자초할 수 있다는 지적도 고개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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