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문
수수깡 바람에 일렁이는 눈보라 속을
들고양이 가족들이 헤맨다
발톱을
잔뜩 웅크린 채
창가 유리창에 목을 매는 사람
수없는 공간을 헤집던
바람이
드디어 창가에 숨결을 내려놓는다
창가에 머물던 아이들에게
선생님은 알사탕처럼 수수께끼를 던진다
“이 세상에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한 아이가 거치없이 “엄마”라고 답하자
실내는 허한 웃음꽃이 피어난다
아이들의 웃음이 거품처럼 일렁이더니
수수께끼속의 정답이었던 “눈사람”이
순식간에 사르르 녹아내린다
창밖에는 굶주린 고양이 새끼 한 마리
바람을 향해 목 놓아 울어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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