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원 논설위원·신성대 교수

 

얼마 전 토론회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토론 도중 한 토론자가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관변단체라서 자치단체장의 의중에 따라 센터장이 좌지우지되고 또한 사업을 보면 과연 다문화가족을 위한 사업인지 직원들을 위한 사업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고 하였다.

당진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운영위원을 맡고 있는 입장에서 상당히 왜곡된 주장인 것 같아 반론을 제기하였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관변단체라기보다는 사회복지기관이고 위탁을 받아 사업을 수행하기 때문에 수탁 받은 기간만큼은 자치단체장이 바뀌었다고 해도 센터장의 임기는 보장된다. 또한 국비 및 도비를 받아서 운영되다보니 기초자치단체 차원에서 차별적인 프로그램이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직원들을 위한 사업을 한다고 표현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하였다.

그러자 이번에는 “교수들이 운영위원을 하는 것도 잘못되었다. 다문화가족 구성원이 운영위원이 되어야 현실을 더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다. 또 현장을 다녀보면 다문화가족들의 어려움이 심각한데 센터에서는 이런 것조차 모르고 있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본인이 개발한 대학생들의 다문화가정 아이들 동화책 읽어주기 프로그램 등의 유용성을 주장하였다.

나름대로 의미 있는 주장이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센터의 운영위원을 정하는 기준이나 프로그램을 채택하는 방식은 각 기관의 설립목적과 운영방식이 있기 때문에 해당기관의 자율적인 결정에 대하여 함부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필자의 소견이다.

살아가면서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언론을 통해서 혹은 직장에서 아니면 연설회장이나 토론회장에서.

그런데 주장을 강하게 하는 것은 화자의 주관이나 이념이 뚜렷하다는 것이지 그들의 주장이 그만큼 설득력이 있다거나 합리적이라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호전적인 자기의 성격을 강하게 나타내는 것이다. 강한 주장이 논리적인 경우도 있지만 목소리만 큰 경우도 있다. 때론 지나치게 자기방어에 치중하다보니 목소리가 커질 수도 있다.

더구나 이러한 부류에 속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특징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듣지 않는다는데 있다.

이들은 남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법을 모를 뿐 아니라 그것이 마치 자기주장을 훼손하는 것이며 패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들과 토론하다 보면 종종 딜레마에 빠지는데 그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런 사람에게 권한이 주어지면 도그마(dogma)에 빠지기 쉽다. 도그마란 독단적인 신념이나 학설을 말한다. 종교적으로는 이성적인 비판이 허용되지 않고 증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 교리나 교의를 뜻한다.

대개 신흥종교나 사이비종교 또는 이단이라고 불리는 쪽의 주장들을 보면 도그마가 강하다. 역사와 전통을 가진 기성 종교를 공격하고 단번에 일어서려고 하다 보니 주장들이 강하고 내용은 전투적이다.

종교가 자기의 특유한 색깔과 분위기를 갖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인류구원이라는 보편성을 저버리고 자기들 교리만이 지고지선하고 유일하다는 식의 전교는 어불성설이다.

더구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는 눈곱만큼도 없이 오로지 자기네 신자들만 구원받는다는 식의 이기주의적 행태를 띤 종교는 의심해볼만하다. 종교는 이론 보다 실천이 더 중요하지 않은가.

살면서 세상은 넓고 주장은 난무한다는 것을 목격한다.

사람들이 성장한 배경도 다르고 각자 다른 부모와 친구들 그리고 다른 지역에서 생활하면서 크기 때문에 생각이 다르고 행동이 다른 것은 당연하다. 이렇게 다양한 생각들을 일방적으로 하나로 묶으려는 것이 오히려 부자연스러운 일이다.

따라서 자기의 주장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부정하고 내 입장만 막무가내로 고집하기 보다는 자기주장의 타당성을 논리적으로 입증한다든가 객관적인 사실이나 자료를 중심으로 설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때 겸손한 자세와 열린 마음은 필수적이다. 설득과 동의도 결국은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