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찬규 흥덕경찰서 복대지구대 순경

 

누군가가 폭력을 당했을 때 피해자가 참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가정이라는 단어를 폭력 앞에 붙여 ‘가정폭력’이라는 말을 쓰게 되면 조금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왜 우리는 이처럼 가정폭력에 대해서 안일한 태도를 보이는 것일까?

그것은 가정폭력을 가족만의 문제로 축소시켜서 가족 내에서 해결해야 하는 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족 피해자가 당연히 참고 견뎌내는 것이 가족의 행복을 위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피해자의 행복은 철저히 무시된 채 가족의 행복이 실현될 수 있을까? 절대 침묵하고 참아내는 것이 해결 방법이 될 수는 없다.

가정폭력을 신고하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는 가족을 전과자로 만든다는 죄책감일 것이다. 폭력에서 벗어날 수는 있지만 그 후에 마주 하게 될 ‘가족을 전과자로 만든 사람’이라는 낙인은 피해자에게 또 다른 아픔을 주는 요인이 될 것이다. 하지만 가정폭력은 신고를 한다고 해서 가해자가 모두 전과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른 형사사건과는 달리 가정보호사건은 전과 기록이 남지 않을 뿐 아니라 피해자가 원하면 여러 상황을 고려해 형사처분 대신 접근제한, 친권제한, 사회봉사 등으로 행위자의 폭력 성행을 교정하는 방법으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따라서 신고를 하는 것은 가해자에게 폭력성을 고쳐서 남은 시간을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지 전과자로 낙인 찍혀서 살아가게 하는 것이 아님을 알았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가정폭력을 신고하기 위해서 가장 손쉬운 방법은 112로 신고를 하는 것이다. 112에 신고하게 될 경우 여성, 학교폭력 피해자 원스톱지원센터와 연결되어진다. 원스톱지원센터는 가정폭력과 성폭력, 성매매, 학교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을 위해 경찰청과 여성가족부, 병원 3개 기관이 협력해 수사와 의료, 상담, 법률지원을 실시하는 곳이다. 신고 후 한 곳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게 만들어진 각 지역의 원스톱지원센터를 통해 그곳에서 치료와 상담 및 일시보호소 연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아울러 우리경찰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업무는 범죄 요인을 사전에 억제하는 ‘예방 치안’ 과 ‘참여 치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생각의 일환으로 청주 흥덕경찰서에서는 가정폭력담당 경찰관과 함께 만드는 ‘우리가족 희망보드(해피트리)’ 사업을 시작했다. ‘우리가족 희망보드’는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시와 행복나무로 구성된 포인트 스티커다. 이 스티커를 가정폭력 피해가정의 거실이나 주방 등 가족이 함께 하는 공간에 붙여 놓음으로서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이러한 시간을 갖는 것으로 가정폭력이 재발되는 것을 조금이나마 예방하고자 함이다.

폭력을 당한 일은 부끄럽고 숨겨야 하는 일이 절대 아니다. 가정폭력도 마찬가지이다. 침묵으로 해결 될 수 있는 일이 전혀 아니다. 피해자는 도움을 요청하고 도움을 받을 권리가 있는 사람이지 가정폭력 신고에 따르는 어떤 상황에서도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강조하고 싶다. 그리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에는 항상 경찰이 시민에게 도움을 줄 준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도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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