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청주에서 한 시간 남짓이면 닿는 한 아쿠아리움을 찾았다. 성인 1인당 2만원이 넘는 입장료가 싼 편은 아니었지만 그럭저럭 소소한 볼거리들이 있었기에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작 최악이라는 느낌이 들었던 것은 아쿠아리움이 아닌 3층에 있는 미니동물원을 찾고 나서였다.

아쿠아리움 방문객이면 누구나 갈 수 있는 이곳의 로비에는 토끼, 프레이독, 라쿤 등 작은 동물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이들은 흙만 살짝 깔린 콘크리트 바닥 위에서 무방비하게 노출된 채 관람객들을 맞았다. 한쪽에서는 동물 먹이로 0.5㎝ 정도의 얇은 두께로 길게 썰어 놓은 당근 20~30여 조각을 10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구석에 있던 동물들은 며칠씩이라도 굶은 양 먹이를 넣는 작은 구멍에 코를 들이민 채 관람객들을 애타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허겁지겁 당근을 받아먹는 모습이 며칠이라도 굶은 듯 보였다. 그러나 관람객들이 자주 드나드는 동선에 있는 토끼는 당근은 본체만체 귀퉁이에 앉아 부른 배를 뉘이고 있었다.

맹수 체험관은 그야말로 동물들의 정신병동이 따로 없었다. 사자, 호랑이, 재규어, 시라소니 등 맹수들이 작은 방에 갇혀 애완동물처럼 사육되고 있었다. 사무실 같은 네모난 공간 속에 동물들이 즐길 거리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들은 쓸데없이 방 안을 어슬렁거리거나 의욕 없이 잠을 청한 채 시간을 견뎌내고 있었다. 꼬치에 고기를 꿴 먹이는 불티나게 팔려 야생동물들의 입 속으로 들어갔다. 스치기만 해도 피가 날 듯 날카로운 꼬챙이가 동물들의 목구멍을 찌를까 염려됐다.

앵무새 체험관은 더욱 절망적이었다. 수 십 여명의 관람객들이 비좁은 공간에 가득했고 수십 여 마리의 새들도 그 안에 혼재돼 있었다. 좁은 공간에서 새들은 이리 저리 천장 아래를 날고 바닥에 내려앉기도 했다. 위태로운 예감은 결국 현실이 됐다. 6~7살쯤 돼 보이던 남자 아이가 뛰어가던 중 새 한 마리를 짓밟고 만 것이다. 남자 아이에 의해 처참히 뭉개진 작은 새는 가느다란 날갯죽지를 파르르 떨었다. 아르바이트생은 마치 일상적인 일인 듯 무표정하게 부서진 작은 새를 들어날랐다.

동물 체험이 아닌 동물 학대 체험을 하며 이곳을 찾은 아이들은 과연 무엇을 배웠을까. 동물원을 나오며 이들이 내지르는 소리 없는 비명에 귀가 아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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