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기습적인 미사일 발사로 촉발된 한반도 정세가 바람 앞의 등불 형국이다.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전면중단에 이은 북한의 공단폐쇄 및 남측인원 추방, 단전단수 조치(남), 군사통제구역 선포, 군 통신선 차단(북) 등 양측의 이판사판식 힘겨루기가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개성공단은 남한이 북한에 준 ‘선심사업’이 아니다. 남북간 경제협력이라는 ‘상징적’ 의미와 함께 남북간의 유일한 연결고리 역할을 해 왔다. 개성공단은 북한 경제를 서서히 개혁·개방으로 이끌겠다는 목적이 담긴 특수성도 있다.
개성공단의 입주 기업은 124개. 올해 매출 총 예상액은 6000억원 이상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가족은 모두 20여만명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개성공단은 숱한 가동 중단과 재가동, 철수라는 진통을 겪었지만 모두가 북한에 의해서였다. 이번처럼 남한이 먼저 가동 중단 조치를 취한 것은 처음이다.
개성공단 폐쇄로 우리 입주기업들의 피해와 반발이 고조되자 정부는 전적으로 북한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 물론 맞는 말이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라는 도전행위를 저지르지 않았다면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을 중단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그렇지만 입주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어떠한 방안도 마련하지 않고 서둘러 가동중단 조치를 내린 것에 대해선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남북은 2013년 8월 14일 ‘남북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8.14 합의)’를 어렵게 도출했다. 남북은 당시 “어떠한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 남측 인원의 안정적 통행, 북측 근로자의 정상 출근, 기업재산의 보호 등 공단의 정상적 운영을 보장한다”고 합의했다. 우리 정부가 이러한 합의를 무시한 채 가동을 중단하고 기업들은 물건하나 제대로 빼내지 못하고 쫓겨났으니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지난 12일 긴급 비상총회를 열어 정부를 성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업들은 “정부의 엄중한 상황인식은 이해하지만 전시상황도 아닌 상태에서 군사작전 하듯 설 연휴에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결정한 것은 부당한 처사”라며 “기업 피해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업의 실질적인 피해보상이 이뤄지길 강력히 촉구한다”면서 단순지원이 아닌 실질적 피해보상을 요구했다.
같은 날 정부는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대한 긴급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기존 대출이나 보증에 대해 상환을 유예하거나 만기 연장, 국세나 지방세의 납기 연장과 징수 유예, 전기요금 등의 공과금 납부 유예 등이다. 그러나 이같은 지원책이 입주기업을 달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남북이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한반도에서 개성공단은 평화와 협력의 상징이자 ‘마지막 안전판’이었다. 개성공단 폐쇄가 대북제재는 미미한 채 입주기업 제재로 귀결된다면 잘못된 일이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정부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는 기업이 생겨나선 안된다. 자국민 하나 보호 못하는 나라는 나라라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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