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가자고
좀 더 있다가 영영 아니면 그때 가자고
저녁 닭 우는 소리 먼저 잠드는 겨울 귀래리
앞뫼 등이 시린지 삭정일 또 부러뜨리고
어느 해 매서운 겨울
재 너머 사재울 벼랑까지 쫓겨가던 눈보라
오늘은 어스름에 고두미 고개를 넘어와
북만주 벌 삭풍의 냄새를 핥고 있다.
죽어서야 그 소문으로 돌아오는 겨울 귀래리
가끔은 누구라도 헛되이 주먹을 쥐었다 펴지 않는가
추운 골짜기로 나가 오래 오래 몸 달구는
이 저녁 우리들의 늦은 북풍한설이여
아직도 끝나지 않은 싸움보다 더 부끄러운 것은
빈 주머니 서걱이며 따라오는 지난 약속
나중에 가자던
좀 더 있다가 영어 아니면 그때 가자던
그 고운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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