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상 서울대 교수 연구팀…"항암제 많이 투여하면 머리 다 빠져"

항암제 치료를 받으면 탈모가 일어나는 메커니즘을 국내 연구진이 처음으로 밝혀냈다.

한국연구재단은 권오상 서울대 교수 연구팀이 면역결핍 생쥐에 인체 모낭(털을 만드는 피부기관)을 이식해 정상적으로 자라도록 한 뒤 항암제를 투여해 이에 반응하는 인체 모낭의 변화상을 찾아냈다고 20일 밝혔다.

항암제 치료를 받는 암 환자의 약 65%는 탈모증을 겪는다.

지금까지 항암제 유발 탈모는 주로 설치류를 이용한 모델이나 모낭기관 배양법으로 연구했다. 따라서 실제 인체에서 일어나는 탈모의 병리 메커니즘을 밝혀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반해 권 교수팀은 장기 이식을 해도 면역거부 반응이 없는 면역결핍 생쥐에 사람의 모낭을 이식하고 탈모증을 일으키는 대표적 항암제인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를 주사했다.

연구팀은 생쥐를 두 집단으로 나눠 한쪽에는 이 항암제를 체중 1㎏당 100㎎, 다른 한쪽엔 150㎎을 주사했다.

그 결과 양쪽 집단 모두에서 인체 모낭의 조직이 정상에서 벗어나 변성되는 '이영양화'가 나타났다. 하지만 100㎎을 투약한 쪽은 이후 이영양화로부터 회복됐지만 150㎎을 투약한 쪽은 모낭이 완전히 손상되면서 하나의 모낭 주기를 마치고 휴지기로 옮겨갔다.

권 교수는 "항암제를 저용량 투약했을 때는 머리가 다 빠지지 않았다가 회복되지만, 고용량을 투약한 경우 머리가 다 빠지고 모낭 주기가 한 사이클을 마감했다"고 말했다.

항암제 용량에 따른 손상의 차이는 다른 기능들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났다. 세포가 죽는 것과 관련된 세포자멸사는 고용량을 투약했을 때 훨씬 더 많이 증가했다.

반면 모발 등을 만들기 위해 세포가 분열하는 능력인 세포분열능이나 검은 모발을 만들기 위한 멜라닌 합성능 등은 고용량 투약때 거의 사라지는 것으로 관찰됐다.

권 교수는 "모낭 세포는 '생장기-퇴행기-휴지기'를 반복하며 모발을 생산하는데 항암제를 많이 투여하면 곧장 퇴행기로 들어가 한 번의 모발 주기를 마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통상 인체 모낭 세포는 평생 15∼20회 정도 모발 주기를 반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항암 화학요법이 모낭 줄기세포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음을 확인했다.

권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새로운 치료 타깃을 발굴하고, 항암제 유발 탈모의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피부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저널 오브 인베스티게이티브 더마톨로지' 3월호에 표지논문으로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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