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결혼계약’ 22.9%

(연합뉴스)어디서 많이 보아온 이야기다.

재벌 2세와 가난한 여인의 사랑. 여인은 심지어 아프고, 아이도 있다. 둘은 처음에는 돈으로 얽혀 만났지만, 이제는 마음이 얽혀버렸다. 까칠했던 재벌 2세는 아무것도 볼 것 없는 애엄마 때문에 가슴이 무너진다.

전형적인 신파 멜로에, 구도도 한참이나 구식이다. 같은 내용을 30년 전에도 봤던 듯 하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지금 주말 밤에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 ‘트렌디’한 배우 이서진(45)과 유이(28)를 통해서다.

MBC TV ‘결혼계약’이 지난 10일 방송에서 전국 시청률 22.9%, 수도권 시청률 25.4%를 기록했다. 서울 시청률은 27.5%까지 올랐다.

대개 50부짜리 연속극이 방송되는 주말 밤 9~11시대에 16부로 도전장을 내민 ‘결혼계약’은 미니시리즈답게 빠른 속도감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진부한 이야기에 새로울 것 없는 신파지만, 영화같은 매끈한 화면과 빠른 전개, 요즘 청춘들에게 경쟁력이 있는 이서진과 유이가 빚어내는 하모니가 시너지를 내고 있다.

이로 인해 같은 미니시리즈인 데다, 전편의 후광을 업고 시작했고 소재도 나름 신선하지만, 이야기에서 답보 상태인 SBS TV ‘미세스캅2’를 더블 스코어 이상 앞서고 있다. 이날 ‘미세스캅2’의 전국 시청률은 8.5%에 머물렀다.

‘결혼계약’의 이 같은 성적은 한시간 앞서 밤 9시대 방송되는 MBC TV ‘가화만사성’과 SBS TV ‘그래, 그런거야’도 월등히 앞선다. 10일 ‘가화만사성’은 14.2%, ‘그래, 그런거야’는 10.7%로 집계됐다.

밤 8시 무주공산을 독점하는 KBS 2TV ‘아이가 다섯’의 이날 시청률은 29.7%로 나타났다.

이서진과 유이는 무려 17살 차이가 나는 비주얼, 앞뒤가 꽉 막힌 각자의 답답한 상황에도 신데렐라 스토리, 최루탄 신파의 전형성과 경쟁력을 극대화해 시청자들의 채널을 고정시키고 있다.

특히 유이의 연기가 눈길을 끈다. 어린 딸을 둔 아픈 싱글맘의 출구 없는 상황을 절절하게 소화해내며 연기적으로 한단계 올라선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울음을 삼키고 토해내고, 슬픔을 감추고 감정을 속이는 연기가 매회 새롭게 다가오고 있다.

조연으로 나오는 김광규, 이휘향, 김용건 등의 하모니도 극을 풍성하게 채운다.

‘결혼계약’은 이제 4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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