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원 욱 전 흥덕구청장/ 충청대 강사

 

우리에게 정치란 무엇이고, 태평성대란 무엇인가? 굳이 백과사전의 설명을 빌지 않더라도, 정치와 태평성대란 상당히 좋은 뜻을 가지고 있는 용어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많은 국민들이 태평성대는 훌륭한 정치의 산물로 좋게 생각하고 있는 반면 정치에 대해서는 불신감이 너무나도 크다.

이처럼 정치에 대해 국민들의 불신이 큰 것은 우리나라 건국 이래 부족국가와 왕조시대를 거쳐 근·현대국가에 이르기까지 위정자들이 올바르고 선량한 정치를 구현하지 못 한데 대한 국민들의 냉험한 평가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잠시 정치의 개념에 대한 나의 소견을 피력해 본다면, ‘정치란 나라를 잘 다스리는 것, 즉 나랏일을 잘하고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것, 또한 어려운 이웃들의 아픈 가슴을 어루만져 주고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라고 감히 정의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정치가 그러한 순기능을 다 하지 못 해 국민으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음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과연 우리 사회의 지도층 인사인 정치인들은 국민의 모범이 되고 존경할 만큼 올바른 처신을 하고 있는 것인가? 적어도 한 나라의 위정자 정치인이라면 스스로 모범을 보여 주어야 한다. 사회양극화 현상과 경기침체로 국민들은 고통과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데, 값비싼 고급 승용차와 고급 옷을 수 십 벌씩 갖춰놓고 너무 호화스럽게 생활하는 것은 아닌지, 나라살림을 너무 방만하게 운영해서 쓸데없이 예산을 낭비하는 것은 아닌지, 힘 있는 특권층의 부정부패를 방치하는 것은 아닌지, 유전무죄·무전유죄 억울한 사람은 없는 것인지를 세세히 살펴서 올바르게 나라를 경영하고 국격을 높이는데 심혈을 기울여 나가야 할 것이다.

이웃나라 중국은 우리나라보다 부패인식지수(청렴인식도)가 낮은 나라이지만 시진핑 주석 취임 이후, 성역 없는 강력한 부정부패 척결을 통해 국민과 언론의 지지를 받으며, 환골탈태하려는 변화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전 세계인의 이목을 끌고 있다. 우리나라는 중국보다는 덜해도 아직도 권력이 있는 곳에 부정부패가 잔존해 있어, 부정부패 인식지수(청렴인식도)가 낮은 나라에 속하고 있다. 국정을 운영하고 있는 모든 공직자와 정치인이 앞장서서 공사생활에 모범을 보여주고, 공정한 법집행과 행정의 제 원칙을 제대로 올바르게 적용해야 국민은 무한한 신뢰를 보내게 될 것이다.

지금부터 4200년 전 중국 전설상의 부족국가시대 요·순임금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많은 감동을 주고 있다. 과연 그 시대에 그러한 모범정치가 이루어지고, 태평성대를 이루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중국 최고의 역사서라고 할 수 있는 사마천의 ‘사기’ 기록에 따르면 요임금은 20살에 왕위에 올라 70년 간 덕으로 나라를 다스리면서, 가족들은 화합하고, 백관들은 공명정대하며 사치와 호의호식을 금하여 모범을 보여줌은 물론, 올바른 정치를 폄으로써 나라의 질서와 도덕이 바로서고 태평성대를 이룰 수 있었다고 한다. 또한 임금의 자리를 자기 아들에게 세습하지 않고 덕망을 갖춘 제3의 인물을 물색해서, 가장 적합한 인물로 선정된 순임금에게 선양함으로써 덕치와 태평성대를 이어갈 수 있었다고 한다.

요순시대는 한마디로 백성들의 생활은 풍요롭고 여유로운 모습이었으며, 임금의 존재도 잊고, 격양가(擊壤歌)를 부르며 행복을 누리는 태평성대였던 것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양극화가 심하고 경제가 어려워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 하고 있다. 힘들어 하는 우리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격양가가 널리 울려 퍼지기를 기원하며, 격양가를 조용히 암송해 본다.

해 뜨면 밖에 나가 일하고(日出而作)/ 해 지면 집에 들어와 쉬고(日入而息 )/ 우물 파서 물 마시고(鑿井而飮)/ 농사져서 밥 먹으니(耕田而食 )/ 임금의 덕이 나에게 무슨 소용이 있으리오(帝力於我何有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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