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억제보다 염증치료약 개발에 초점 필요 시사

노인들이 독감으로 사망하는 주원인은 독감 바이러스 자체가 아니라 면역반응 손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독감에 가장 취약한 노인 환자 치료 전략을 완전히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해야 함을 시사하는 것이다.

미국 예일대학 연구진은 이 같은 연구 결과를 21일(현지시간) 과학잡지 사이언스 온라인판에 싣고 바이러스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계절성 독감으로 인한 노인 사망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매년 전세계 독감으로 사망하는 사람의 90%는 65세 이상 노인이다.

연구팀은 노인들이 왜 독감에 더 취약한지를 알기 위해 젊은 사람과 노인의 몸에서 각각 추출한 면역세포에 독감 바이러스를 감염시키고 관찰했다.

그 결과 인터페론이라고 흔히 알려진 핵심 항바이러스 단백질의 분비가 노인의 세포에선 눈에 띄게 감소했다.

논문 주저자이자 이 대학 하워드 휴즈 의학연구소의 면역학자인 이와사키 아키코 교수는 "이는 노인들이 항바이러스 반응을 높일 수 없어서 독감에 더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노인의 몸처럼 면역반응이 줄어들도록 조작한 쥐를 만들었다. 면역체계가 독감 바이러스를 감지하는 것과 관련된 유전자를 차단함으로써 바이러스가 쉽게 증식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바이러스의 증식 그 자체는 쥐를 죽일 정도의 위력은 없었으나 호중구의 기능을 포함한 면역반응의 손상이 문제였다.

연구팀은 감염을 사망으로 이끄는 손상의 배후엔 염증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백혈구의 일종인 호중구는 우리 몸속에 침입한 바이러스나 세균에 대항하는 역할을 한다.

쥐 실험에선 바이러스와 싸우는 동안엔 면역세포들도 폐 조직을 파괴하는 것이 확인됐다.

아키코 교수는 "동물실험에서 나타난 기전이 사람에게서도 마찬가지로 일어난다면 바이러스 증식 차단보다는 폐를 파괴하는 면역세포에 눈길을 돌려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호중구와 친(親)염증효소(인플라마솜 카스파제)를 차단하는, 염증 겨냥 약물을 사용하는 것이 노인들의 생명을 구하는 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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