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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포럼<4>예술과 철학이 어우러지는 세계-박영대화 백 김태창 동양포럼 주간 대담
동양포럼<4>예술과 철학이 어우러지는 세계-박영대화 백 김태창 동양포럼 주간 대담
  • 조아라 기자
  • 승인 2016.04.24 2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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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밭에 그린 동양적 생명상(生命相)은… 그리움

■‘보리’에 담은 고향의 향수·민족정신
바람이 불때마다 출렁이는 생동감
빈곤과 싸운 농민들의 생명력 그려

■ 생명과 예술의 상통 ‘보리밭 그림’
보리-생명의 씨앗 작품들과
생명-율·율-생명 그림 중개하는
생명의 삼원구조(윤회) 아름답게 표출

서양의 미시적·동양의 거시적 생명상
아름답게 아우르는 고도의 예술작품
 

음양묘합의 생명상에서
천지인상관연동의 생명상으로 발전 기대


김태창 박사(한중일이 함께 공공하는 철학대화모임 대표)와 세계적인 보리작가 박영대 화백이 만났다. 수십 년 간 보리를 집중적으로 그려오며 한국 화단을 넘어 일본, 중국 등 전 세계적으로 그 이름이 널리 알려진 박 화백은 자신의 작품을 통해 이 시대 현대인들에게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일으키고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있다. 청주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지닌 김 박사와 박 화백은 지난달 28일 동양일보에서 이루어진 대담에서 예술가로서의 삶과 작품 그리고 예술과 철학이 어우러지는 세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대담 내용을 정리해 싣는다. 
    <편집자>
▷김태창 한·중일·이 함께 공공하는 철학대화모임 대표 “오랜만에 다시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오늘 저는 박영대 화백의 생애와 예술, 그리고 보리를 테마로 한 작품에 관한 여러 가지 말씀을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듣고자 합니다. 우선 제일 먼저 제가 송계 화백의 보리 그림을 보면서 가난했던 우리의 과거를 떠올렸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화가가 있는데 네덜란드 출신의 빈센트 반 고흐입니다. 특히 그가 그린 해바라기를 아주 좋아합니다. 해바라기는 ‘태양의 씨앗’이라는 의미가 있지요. 나중에 알게 된 일입니다만 해바라기라는 그림들에는 ‘신 그리고 대자연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담겨 있다는 것입니다. 송계 화백의 보리 그림에는 어떤 마음이 담겨 있습니까?”

▷박영대 화백 “저는 대학원 다닐 때 채색화를 접하게 됐습니다. 채색화로 아주 유명한 박생광 선생님과 조복순 선생님을 만나게 된 것이 보리밭을 그리게 된 동기가 됐습니다. 채색화 기법을 배우면서 보리를 그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농촌에서 태어나 자라고 보리농사를 짓고 거들면서 보리에 대해서 많은 정서를 느끼게 됐어요. 제 고향이 미호천 부근인데 미호천 변에는 밀밭과 보리밭이 많이 있어요. 바람이 불때마다 출렁이는 보리의 파동, 그 맥파가 아주 상당히 아름답고 움직임이 강해 생동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보리를 그리기 시작했지요. 처음에 농민의 입장에서 농사짓는 마음으로 이왕이면 풍요로운 보리를 그려야겠다고 생각해 보리만 가득하게 그리는 작업을 시작했어요.” 

▷김 대표 “송계 화백의 보리 그림을 볼 때마다 이 나라 농민들의 애환이 느껴졌고 그것은 이 나라 백성들의 마음 모습을 대표하는 ‘농심(農心)’이 아닐까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렇게 빗나가지는 않았군요. 제가 1990년에 청주를 떠나 일본으로 활동의 무대를 옮기기 전에 보았던 송계 화백의 보리그림은 주로 보리밭 그림이었는데, 1970~80년대 작품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이번에 30년 만에 송계 화백의 그림을 보게 되었는데 소재는 그대로지만 커다란 변화가 느껴집니다. 보리밭에서 나무를 그리고 생명으로의 대전환이 선명하게 보입니다만.”

▷박 화백 “제가 작품 ‘맥파’로 1975년에 국전에 첫 작품을 출품해 입선을 하게 됐어요. 나중에 심사위원들을 만나보니 지금까지 다른 데서 볼 수 없던 특이한 소재라면서 앞으로 계속해서 그리라는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그 이후 계속 맥파를 그려 동아일보에서 주관하는 동아미술제, 백양회 대상 등을 받게 됐어요. 그렇게까지 되니 더 이상 보리를 계속 그린다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그것으로 우선 일단락을 짓고 다음부터는 그것과 관련 있는 것이 없을까 생각한 끝에 맥방석에 엿질금을 그리게 됐지요. 아주 섬세하게 그려서 ‘향’시리즈로 이름 붙여 그것을 국전에 출품해 81년에 또 입선을 했어요. 맥방석에 엿질금도 그리고 콩깍지도 그리고 밤도 그리고 해서 맥방석 시리즈를 계속 했었지요.”

▷김 대표 “맥방석과 엿질금과 콩깍지와 밤을 그리고 그것을 ‘향(鄕)’이라는 이름으로 묶은 데는 특별한 동기 같은 것이 있었습니까?”

▷박 화백 “고향의 어머니들이 생각났어요. 할머니들이 농사지으면서 그 손길이 닿아 때가 묻고 쥐가 뜯어 먹어 구멍도 나고. 이것이 풀어져 헤어진 것도 있거든요. 이것이 상당히 회화적인 면에서도 재미가 있고요. 고향을 생각하면 따뜻한 느낌이 들어요.”

▷김 대표 “제목을 ‘향’이라고 해 놓으시고 영어로는 노스탤지어(nostalgia)라고 표기하셨는데 이 단어에는 애수. 향수 등 못내 그리운, 그러나 슬픈 마음이 담겨 있지 않습니까? 그냥 ‘향’이라면 고향 마을이라는 뜻인데 노스탤지어라고 영어 표기함으로써 의미가 더 깊어졌다고 생각해요. 영어의 ‘노스탤지어’와 한자의 ‘향’이 어우러져서 옛 고향의 원 풍경에 깃든 슬픈 그리움을 상기시킵니다. 모질고 끝도 없이 반복되는 빈곤, 고통, 비애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삶을 이어가려는 그 당시 백성들의 강인한 생명력의 맥박이 아프도록 체감됩니다. 그리고 송계 화백의 그림이 보리에서 맥방석으로, 맥방석에서 생명으로 승화 발전되는 과정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박 화백 “우리 민족정신과 보리가 잘 어우러지기 때문에 보리를 소재로 계속 하게 됐죠. 그런데 계속 한정된 작가로 남는 것은 싫었어요. 보리작가라는 한계에만 얽매인 것이 아니라 더 넓은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생각에 나무 시리즈로 가게 됐어요.”

▷김 대표 “나무 시리즈 중에서 저에게 가장 깊은 인상으로 남아있는 것은 ‘하얀 매화’라는 작품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매화라면 흔히 사군자의 매화를 떠올리게 되지요. 그런데 송계 화백의 매화 그림에서는 그보다 더 근원적인 자연과 인간의 생명력의 충일을 올곧게 그려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나무시리즈에서 ‘향’과 ‘율(律)’시리즈로 이어지지 않습니까?”

▷박 화백 “밭과 논을 그리고 싶었어요. 우리 고향이니까요.” 

▷김 대표 “우리의 근원적인 생명을 키우고 북돋워주는 고향 땅인데 그냥 땅이 아니고 생명의 리듬이 느껴지는 땅이라는 것 입니까? 그러니까 송계 화백의 작품을 보면 보리에서 나무로, 나무에서 들로 나아가는 거죠? 그리고 언제나 우리들이 거기서 나고 자라고 사람이 되어온 몸과 마음과 얼의 고향을 그대로 작품화시킨 겁니까.”

▷박 화백 “네. 그 다음에는 풍경적인 보리가 아니라 이미지만을 강조하고. 필력에 의한 보리. 추상적이고 넓은 의미의 보리를 그렸죠.”

▷김 대표 “그러니까 1997~1998년 전후를 보면 ‘생명-보리’, ‘보리-생명’을 건너 ‘태소(太素)’라는 것으로까지 가는데 영어 번역을 보면 ‘이 세계의 시초’라고 번역돼 있어요. 이것은 기독교에서 말하는 ‘태초’이거나 동양사상에서 말하는 ‘태극’과도 일맥상통합니다. 모든 것이 생겨나기 이전의, 거기서부터 우주 만물이 생긴다는 것인데, 보리에서 시작해 마침내 태소까지 이르는 과정에서 무언가 획기적인 계기가 있었습니까?”

▷박 화백 “뭔가를 그린다기 보다는 회화적인 차원에서 예술성을 지향해 나갔어요. 뭔가에 닮게 그린다기 보다는 제 스스로 속에 있는 내면의 세계를 중시해 그린 거죠.”

▷김 대표 “서울대에서 한국 철학을 처음으로 개척한 박종헌 선생이 한국 미술의 특징을 ‘무한한 내면성’ 혹은 ‘잠재해 있는 뜻’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보리를 비롯한 여러 형상을 보면서, 보다 더 깊은 뜻을 추구하다가 마침내 만물이 생기기 이전의 상태에 이르게 된 송계 화백의 원초적인 생명력이 스스로 발로돼 그림으로 나타난 것이 아닌가 했습니다. 특히 ‘태초’라던가 ‘태극’이라는 말 대신 ‘태소’라는 독특한 말을 대하면서 송계 화백의 그림에 담긴 영혼에 접근하고 싶어졌습니다. 태소라면 보통의 지성이나 감성만으로는 도저히 접근할 수 없는 ‘저 건너’일 것 같아서 말입니다.”

▷박 화백 “제 마음만 가지고 그림이 되는 것이 아니니까요. 어떤 우주적인 것이 나에게 계시라고 할까 지시를 내려 이루어지는 겁니다. 마음만으로는 한계가 있거든요. 의도적인 것도 있지만 비의도적인 것이 많아요. 예를 들면 번짐이 어떻게 번질지 모르는 것처럼요. 무한히 자유로운 속에서 내가 의도하지 않은 일들이 더 크게 이루어지니까 더 큰 작용에 의해서 이루어지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요즘은 그림을 그리면서 겁이 나요. 겁나는 것을 좀 덜어야겠다. 나를 버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성호를 긋고 하느님의 뜻에 따라 하니까 더 편해요. 최선을 다하되 잘되고 안 되는 것은 나의 힘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에 따라서라고 생각해요.”

▷김 대표 “그렇군요. 그런 변화의 낌새를 처음으로 체험한 것은 언제였습니까?”

▷박 화백 “나무시리즈 때였습니다. 제가 사군자를 늦게 배웠어요. 백양회에서 대상을 받고난 이후에 서울 종로에 화실이 있던 이범재 선생을 일부러 찾아갔어요. 그 분으로부터 사군자를 배우게 됐어요. 왜 그렇게 뒤늦은 나이에 사군자를 배우게 됐냐면 필력을 배우기 위해서였어요. 동양화를 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필력의 힘이거든요. 기가 있어야 돼요.”

▷김 대표 “기야 말로 다름 아닌 생명 에너지가 아닙니까. 이 그림을 통해 송계 화백과 저 자신과의 사이에 생명의 기운이 통하는 것을 느꼈어요. 한 철학에서 가장 중시하는 ‘기통(氣通)’의 현현입니다. 2006년경의 그림에서는 ‘향’ 그림이 ‘율’로 제목이 달라지고 있었습니다. 여기서는 이제 보리 낱알 낱알이 아니라 생명의 우주까지 연결되는 화상이 떠오른 것 같아요. 그와 동시에 ‘생명의 씨앗’을 미시적으로 응시하는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지 않았습니까? 생명의 씨앗과 생명의 율동이 미시적인 생명의 모습과 거시적인 생명의 모습으로 각각 서로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면서도 서로 어우러져서 송계 화백의 독특한 생명 세계가 그려져 있다는 느낌입니다. 그렇게 전개된 데 무슨 계기 같은 것이 있었습니까?”

▷박 화백 “맥방석이라든지 조그만 씨앗 그림을 그리다보니 이것의 한계를 느끼게 됐어요. 더 이상 해야 똑같은 것 밖에 안 되겠더라고요. 버리고 새로운 세계를 창출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삶과 죽음이 다 같이 돌고 도는 윤회적인 사상을 그림으로 표현한 거예요.”

▷김 대표 “생명을 ‘율’이라는 모습으로 그리고 ‘율’의 모습을 돌고 도는 윤회로 그리게 되었다면 그림의 추상도가 상당히 높아졌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윤회라기보다는 ‘음양(陰陽)’의 순환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쨌든 대단히 동양적인 생명상이 엿보입니다. 더구나 그것이 송계 화백이 그렇게 그려야겠다고 해서 된 것이 아니라 뭐라고 정의할 수 없는 커다란 힘이 송계 화백을 통해서 화폭에 옮겨진 것 같다는 말씀인가요?”

▷박 화백 “확실히 의도적으로 내가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린 것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우연성이라고 할까요. 우연이 마구잡이식인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 계획된 우연이라고나 할까요. 그냥 막연한 우연이 아니라 나 자신의 생각과 의도가 어느 정도 있는데 거기에 우연이라는 게 작용한 거지요.”

▷김 대표 “화상(畵想)이 순간 머리에 떠오를 수 있잖아요. 이런 것을 그리고 싶다고 할 때 송계 화백을 넘어선 커다란 힘이 함께 합니까. 생각이 먼저고 큰 힘이 거기 얹혀 집니까? 아니면 동시에 일어납니까?” 

▷박 화백 “동시에 일어납니다. 선후가 없어요. 다음에는 이렇게 그려야겠다는 것이 순간 떠오릅니다. 그리고 있는 가운데 다음 것이, 이렇게 그려야겠다는 것이 떠오릅니다.” 

▷김 대표 “지난번에 화랑에서 만나 뵀을 때 “나는 유명해지고 싶은 것이 아니고 그냥 기뻐서 하는 것”이라는 말씀하셨잖아요. 바로 그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즐거움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다는 생각도 하시나요?”

▷박 화백 “많은 분들이 보고 공감해 주십니다. 무형적이라도 마음에 닿아서 포근함을 준다는 거지요. 뭔지 잘 모르겠는데도 보니까 좋다는 느낌이 온다고 합니다.”

▷김 대표 “뭔지 모르지만 그 그림을 보고 있으면 포근하고 행복한 기분이 생긴다는 데는 저도 공감합니다. 그래서 송계 화백의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거 아닙니까. 저는 다른 많은 사람들의 그림을 볼 때 ‘얕은 그림’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순간적으로 ‘좋다’라는 느낌이 들지만 그렇다고 깊이 음미하거나 그 여운이 오래도록 지속되지 않는 거지요. 송계 화백의 그림은 저에게 ‘깊은 그림’입니다. 그림을 보고 있는 순간도 즐겁지만 그 후 오래오래 여운이 남거든요. 아까도 약간 언급했습니다마는 저는 송계 화백의 많은 작품을 통해서 서양적인 것과는 다른 동양적인, 특히 한국적인 생명의 실상이 그려져 있다는 확실한 체감을 갖게 됩니다. 김태창이라는 개인의 원초적인 생명력과 송계 박영대라는 사람의 원초적인 생명력이 서로 통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두 생명이 함께 울리는 ‘공향(共響)’, 생명의 ‘율동(律動)’이 깊게 그리고 오래도록 되풀이 느껴지는 겁니다. 30년 만에 만난 송계 화백이 내공을 많이 쌓은 것 같아요. 거기서 나오는 삶의 참 모습에 저 자신의 삶이 공진하는 것 같습니다. 그것도 송계 화백이나 저 자신의 개체 생명을 넘어선 훨씬 크고 훨씬 깊은 생명력이 우리 두 사람의 생명력을 포근히 감싸고 따뜻하게 보살피고 끈질기게 키워주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박 화백 “저는 고등학교 선생을 하다가 마흔아홉에 자격증을 집어 던지고 나와 전업 작가를 시작했어요. 어차피 인생 한 번 살다 가는 것인데 내가 하고 싶은 것 하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나왔지만 고생도 많이 했지요. 붓을 꺾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해 지금까지 왔어요. 그 과정에서 정신적으로도 제게 큰 힘이 되어 주신 좋은 분들이 많이 계셨기 때문에 제가 여기까지 오는데 큰 힘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김 대표 “종교가 있으신가요?”
▷박 화백 “가톨릭이에요. 입신한 것이 1995년쯤이었을 거예요. 명동성당에서 강좌를 해달라고 부탁이 왔어요. 7년 동안 거기를 왔다 갔다 한 거죠. 그러면서 김수환 추기경님도 뵙고. 강우일 주교님도 만났어요.” 

▷김 대표 “가톨릭 신자이시지만 ‘율’이라는 작품들에는 기독교적이기 보다는 동양적 생명상의 핵심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음양묘합의 모습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물론 기독교, 그 중에서도 특히 가톨릭 쪽에서는 신을 남녀합일의 모습으로 수용하는 분들도 계시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구태여 따지자면 ‘동방 기독교’ 또는 ‘동양화된 기독교’라고 보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게 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역시 ‘동양적’이라는 특징을 중시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저는 바로 그런 점에서 송계 화백의 그림을 좋아하는 겁니다. 앞으로는 어떤 그림을 그리실 건가요?”

▷박 화백 “뚜렷한 목표는 없습니다. 목표를 설정한다고 될 일도 아니고요. 누구 눈치 보지 않고 그림이 팔리는 것에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롭게 그리고 싶어요. 유명해지는 것에 목표를 두고 싶지도 않고 그림 팔아서 부자가 될 일도 없을 테고요. 이 시대 작가로서 어떤 흔적을 남길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싶어요. 오늘 학계의 원로이시고 대석학으로 이름이 높으신 박사님께서 제 그림을 보시고 같이 공감해주시니 저에게는 큰 위로가 됩니다.” 

▷김 대표 “저 역시 생명의 기운이 상통하는 것을 느껴서 기쁩니다. 여기서 이 대화를 끝내기 전에 한 말씀 해두어야겠습니다. 한국에서는 송계 박영대 화백이 일반적으로 널리 ‘보리작가’ 또는 ‘보리로 유명한 화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청맥’, ‘황맥’, ‘맥파’ 등등 수많은 작품들을 보면 그 이름이 어울립니다. 그렇지만 ‘보리-생명’, ‘생명의 씨앗’, ‘생명-율’, ‘율-생명’, ‘묵흔’으로 이어지는 그 많은 그림들을 보고 있으면 세계에 드문 생명화가로, 그것도 동양적 생명상을 높고 깊은 예술성으로 표현, 승화, 표출한 독특하고 독보적인 생명예술가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거기에는 서양적인 미시적으로 분석적으로 파고드는 생명상과는 다른, 거시적인 생명상(‘생명-율’, ‘율-생명’ 시리즈)과 함께 미시적인 생명상(‘생명의 씨앗’ 시리즈)이 있고 그 두 가지 서로 다른 생명상을 더불어 어우러지게 하는 중간, 매개의 생명상(특히 ‘보리밭’ 시리즈)이 아름답게 조화되어 있다는 특색이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것은 동양적이면서도 아주 한국적인 생명상입니다. 가령 중국적인 생명상이 2원적(음양적)인데 비해서 한국적인 생명상이 3원적(천지인상관연동적)이라는 차이가 있는데 그런 차이까지도 송계 화백의 그림들 속에서는 제대로 형상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뚜렷하게 보이기 때문에 이제부터가 크게 기대됩니다. 거기에는 생명을 논하는 입장이 아니라 생명을 온 몸과 마음과 얼을 온통 쏟아 부어 형상화시키려는 애틋한 뜻과 바람과 꿈이 있습니다. 그것이 저의 심금을 울리는 것입니다. 송계 박영대는 그런 기통을 불러일으키는 동양적 생명의 예술가, 작가, 화가입니다. 오늘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리/조아라·사진/최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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