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눈보라를 몰고왔던 겨울날씨가 다시 뿌연 하늘과 미세먼지라는 달갑지 않은 손님을 데리고 왔다. 추위만 지나면 살 것 같다는 생각을 한 게 엊그제 같은데, 추위가 가시고 나니 미세먼지로 칼칼해진 목이 또 다시 불만인 오늘이다. 이처럼, 우리가 사는 모습에서 완전한 만족을 얻기란 쉽지 않은 일 인 것 같다.

보건복지부가 맞춤형급여를 시작한 지 7개월이 지났다. 기초생활수급자라는 익숙한 단어가 맞춤형급여라는 낯선 단어로 바뀌면서 이를 위한 각 기관의 홍보도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기초생활수급자, 빈곤층을 위해 각지에서 여전히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요즘 복지사각지대라는 말이 새롭게 등장해 우리사회에 또 다른 화두를 던진다.

작년 10월 처음 주민복지과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한 나는 아직 복지라는 말이 내 것인 양 익숙지는 않다. 몸과 마음이 어려운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드리면서 나 또한 그분들의 마음을 백번 공감 한다.

처음에는 어려운 사정을 듣고 당장 내가 해드릴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 기운이 빠진 채 하루, 하루가 지나갔다. 네 달이 지난 지금도 내가 그분들의 삶에 충분한 만족을 가져다 줄 수 없다는 사실은 여전하다.

길지 않은 기간이었지만 내가 근무를 하며 느낀 점은 아무리 훌륭한 정책이라도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는 것이다.

새롭게 바뀐 맞춤형급여 제도에 큰 기대를 가지셨던 분들은 그 기대가 완전히 충족되지 않은 부분도 있으리라 짐작해본다. 나는 이분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릴 수 있는 힘이 공감하려는 마음과 그를 위해 노력하는 자세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유난히 바람이 찼던 작년 겨울, 할아버지 한 분이 찾아오셨다. 이미 눈은 많이 충혈 되어 있었고 술도 거나하게 드신 모습이었다. 생계급여가 나가는 날을 기다리기 힘들다며 딱한 사정을 털어놓으셨다. 사실, 급여는 정해진 날에 지급되기 때문에 내가 그 할아버지만을 위한 특혜를 베풀 수도 베풀어서도 안 되는 일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분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마음으로 같이 울어드리는 것뿐이었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을 나누면 반이 된다.’는 옛말처럼 눈에 눈물이 가득한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그분의 팔에 손이 얹어지고 고개가 끄덕여졌다. 안타까운 마음이 밀려오지만 그분에게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을 설명 드리고, 위로의 말을 건네니 체념과 이해 섞인 표정으로 알았다는 말만 남기고 돌아가셨다.

어려운 발걸음으로 찾아오신 분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기까지 많은 용기가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침과 법에 따라 시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으나 그분들의 복지욕구가 해갈되지 않았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이야기를 경청하고 공감하며 끝까지 노력하는 모습일 것이다.

맞춤형 급여는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더 많은 분들을 돕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일할 능력이 없는 어려운 분들은 지금보다 더욱 두텁게 보호하고, 일할 능력이 있는 어려운 분들은 일을 통해 스스로 어려움에서 일어설 수 있도록 새로운 지원으로 힘을 보태드린다. 그 마음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그분들과 가장 가까이에서 소통하며 그분들의 동네 이웃으로 다가갈 수 있는 내가 되길 스스로에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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