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열린 충북여성정치포럼서 정상호 서원대 교수 발제

(동양일보 조아라 기자) 지난 20대 총선에서 충청도는 지역구 여성의원을 단 한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4년 전 있었던 19대 총선에서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1948년 제헌의회 이후 충청지역 총선에서 당선된 여성 정치인은 김옥선(9·12대) 의원 단 한명 뿐이다. 2016년의 현실은 오히려 당시보다 퇴보한 것이다.

충청도가 여성 국회의원을 배출하지 못하는 이유는 신진인사의 영입이나 물갈이 공천을 전혀 시도하지 않은 기성 정당의 담합구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상호 서원대 교수는 11일 충북연구원 대회의실에서 열린 충북여성포럼 1차 전체회의에서 ‘여성정치의 관점에서 본 20대 총선 평가’를 주제로 한 발제를 통해 이와 같이 강조했다.

정 교수는 “충북이 여성 국회의원을 배출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남성 중심의 정치세계관을 구축한 충청도 기질론을 이야기한다”며 “그러나 최근 여성 시·도의원, 시민사회 활동가가 증가하는 것을 보면 이와 같은 해석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문제는 제도에 있다고 지적했다. 비례대표가 없으면 지역구가 없다는 것. 정 교수에 따르면 17대 지역구 여성 당선자 10명 중 5명(50%), 18대 당선자 14명 중 9명(64.3%), 19대 당선자 19명 중 10명(52.6%)이 비례대표로 활동한 경험이 있다.

또한 고위 관료나 법조인 출신으로 중앙 정치에서 공직 경험을 했던 후보자들이 대거 당선되는 ‘금의환향 패턴’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여성들이 진입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충북 출신 비례대표는 국민의당 김수민 의원 뿐”이라며 “21대 총선에서 여성정치의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예측했다.

정 교수는 “전국적인 관점에서 보면 20대 총선에서 역대 최고로 많은 총 51명(17%)의 여성 의원이 탄생했다. 수의 증대라는 측면에서는 여성정치의 가능성을 보았다고 할 수 있다”며 “그러나 이는 2015년 기준 세계 평균 22.1%에 한참 부족한 수치로,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미성숙한 척도를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이어 “여성정치인이 많아지면 소수자의 인권 및 처우가 개선되며 궁극적으로 생활정치가 발전될 가능성이 커진다. 또한 환경과 복지, 인권과 교육, 반전과 평화의 가능성이 증대될 것”이라며 “여성정치를 활성화하는 것이 생활정치와 민주주의를 진전시키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비율을 2:1 수준으로 확대할 것 △국회 비례대표 후보자 50% 여성할당 △상향식 비례대표제로의 전면 개혁 △여성 비례대표 의원 대표성의 다양화 등을 제안했다.

이어진 토론에는 이숙애 충북도의원, 안현숙 충북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이선영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 등이 참여했다.

이 의원은 “충북지역은 선거가 있을 때마다 여성정치인을 만들기 위해 여성계가 연대해 성명서를 발표하고 각 정당에 압력을 넣는 등 동분서주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 동력이 전혀 생성되지 않는 분위기”라며 “‘여성 국회의원 30% 만들기 여성행동’ 등이 전국적으로 활동했으나 충북 내에서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았던 점은 스스로 짚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 위원장은 “스스로 정치하는 여성정치인, 진정한 생활정치가 필요하다”며 “일상생활 속에서 정치활동을 하고 지역 현안이든 국가 현안이든 사회 정의와 민주주의를 위해 활동하는 여성, 인권감수성을 풍부히 가지고 시민과 소통하는 여성들이 용기를 내 정치인이 돼 여성정치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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