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귀의 밥을 짓는가. 영혼이 드나든 길목마다 부글부글 끓다가 뭉쳐진 말, 흩어진 소리의 입을 모아 땡땡 바람을 불어넣는다. 공(空)의 배꼽을 찾아 나선 길에서 만난 한 줄기 게송(偈頌), 밥 짓는 흔적마저 지웠다면 허공의 낭 하나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집착처럼 노랗게 달라붙은 오래된 말의 똥, 귀이개를 넣어 파낸다. 막혔던 속이 뻥 뚫린다.

잡담으로 튀어 올라 터져버린 공의 몰락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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