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이(동양일보 편집상무)

▲ 김영이(동양일보 편집상무)

박근혜 대통령이 아프리카 3개국과 프랑스를 순방중이다. 청와대는 이번 순방이 이들 국가와의 개발협력 논의와 북핵문제에 대한 국제적 공감대를 확산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박 12일간의 해외순방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은 것 같다. 지지율이 떨어질때마다 외교적 성과가 받쳐 주곤 해 어느 대통령보다도 ‘외교 재미’를 톡톡히 봐 온 박 대통령이지만 이번에는 출국 전부터 이런저런 말들이 많았다.
우선 일본에서 G7(미국·일본·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캐나다) 정상회담이 열리는 때에 굳이 아프리카 순방을 강행했어야 했느냐다. 이번 G7정상회담에선 북핵 문제와 관련해 가장 강력한 형식의 규탄성명이 채택됐다. 그런데 이 자리에 북핵문제의 한 축인 우리나라는 빠졌다. 일본은 박 대통령을 옵서버로 초청하려 했지만 청와대가 아프리카 순방 일정을 고려해 거절했다고 한다.
일본 주도의 이번 G7정상회담에서 미국와 일본은 확고한 미·일동맹을 과시했다. 미국과 일본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가 된 대한민국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데, 박 대통령은 아프리카로 훌쩍 떠나 버린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인종청소와 부정선거, 장기집권으로 악명 높은 우간다 요웨리 무세베니 대통령을 만났다. 그는 선진민주주의 국가정상들이 기피하는 인물이다. 특히 무세베니 대통령이 북한과의 안보, 군사, 경찰 분야에서의 협력 중단을 지시했다는 청와대 발표를 우간다 정부가 뒤집는 일이 벌어져 국민들은 혼란스러웠다. 
박 대통령은 영애시절인 1974년 6개월동안 유학생활을 했던 프랑스 남동부지역 그르노블시로 가 창조경제 개혁에 나선다. 유학했던 곳을 간다고 하니 국민들 눈에 곱게 비쳐질 리 없다.
박 대통령은 아프리카 순방중에 국무총리를 시켜 국회법 개정(일면 상시 청문회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해외까지 가서 전자결재하며 일한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지는 몰라도 국민들은 꼭 그렇게까지 해야 했냐며 의아해 했다.
그중에서도 박 대통령의 에티오피아 행적은 이해할래야 이해할 수 없다. 일국의 대통령이라면 방문국에 온전히 자리잡은 자국민의 사랑현장을 찾아가 보듬었어야 했다. 국민을 진정 사랑한다면 말이다.
에티오피아는 6.25 전쟁때 전투병력 6037명을 파병했다. 전장에서 121명이 전사했고 536명이 부상했다. 중요한 것은 단 한명의 포로도 없을 정도로 용맹했다. 이기거나 죽거나 둘 중 하나만 선택했기 때문이다. 253번의 전투에서 253번 승리를 거둔 것이 에티오피아 군인이다.  
6.25전쟁이 끝나고 귀국하자 에티오피아는 계속된 가뭄으로 가축들이 떼죽음당하는 등 경제가 피폐해 졌다. 그 틈을 타 쿠데타로 멩기투스 공산정권이 집권하면서 최빈국의 길로 빠져든다. 6.25때 공산주의자와 맞서 싸운 용사들은 졸지에 ‘역적’이 되고 말았다. 박해를 견디지 못한 이들은 산간오지로 숨어들었다가 1991년 자유정권이 다시 들어서자 정치적 복권됐다.
현재 생존 용사는 200여명에 불과하고 그나마 고령이어서 생활력이 없다. 이들은 수도 아디스아바바 변두리 지역에서 집단으로 모여 마을을 형성해 어렵게 살고 있다. 마을이름은 ‘코리아 빌리지’다. 
한국을 위해, 자유를 위해 6.25 전쟁에서 목숨 바쳐 싸운 용사들이 비참하게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충북도민들은 이들의 ‘빚’을 갚겠다고 나섰다. 동양일보, CJB청주방송, 월드비전충북본부가 1996년부터 펼치고 있는 ‘사랑의 점심 나누기’ 캠페인이 그것이다. 도내 시·군을 순회하며 모아진 성금중 10만 달러는 매년 에티오피아 참전용사와 후손들을 위해 쓰여진다. 일시적인 식량지원보다는 ‘물고기 잡는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20년동안 교실지어주기 운동을 펼쳐 알브렛휘렛 초등학교, 엔토토암바 초등학교, 실크암바 중등학교. 쉬로메다 청소년직업기술학교를 신축했다. 이밖에 상수도사업, 참전용사소득증대사업, 교육기자재 등을 지원했다.
박 대통령은 에티오피아에서 새마을운동 전파도 전파지만, 충북도민들의 사랑의 숨결이 살아 있는 보은(報恩)현장을 찾았어야 했다. 나라가 할 일을 충북도민들이 대신 했는데, 그런 숭고한 사업장을 방문하지 않았다는 것은 충북도민, 나아가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것을 보여준 거다. 에티오피아 대통령은 작년에도 그랬지만 자국민을 돕는 충북방문단을 수차례 접견했다. 그가 단지 시간이 남아 돌아서 충북방문단을 접견한 것은 아닐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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