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유리창을 흔들어대고

사나운 기운은 몸을 감싸안는다

빗물은 온 거리를 달리며

성난 물결로 가로수를 뿌리 채 흔든다

폭우 속에 감지되는 불온한 기운

날이 밝으면 어디론가 가버리겠지만

날카롭게 할퀴어대는 차가운 손가락

늘 침울함 속에 불쑥

반갑지 않은 소식을 건네준다

불현 듯 힘 있게 앞발을 쳐드는

길 잃은 사자를 꿈꾼다

나무의 가느다란 가지 끝에

폭풍의 눈이 감돌고 있는 것을

발밑까지 흔들리는 것을 느낀다

험한 언덕이 무너지는 것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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