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사물인터넷 기회 잡는다"…주당 43% 웃돈 사상최대 투자

알리바바와 슈퍼셀 등의 지분을 팔아 두둑한 실탄을 쌓고 새로운 베팅을 저울질하던 소프트뱅크의 선택은 차세대 산업인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이었다.

일본의 IT·통신기업 소프트뱅크는 사물인터넷 분야에서 고속 성장하고 있는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ARM을 234억 파운드(약 35조원)의 현금으로 인수하기로 했다.

양사는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소프트뱅크그룹과 ARM 홀딩스가 이같이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번 인수는 소프트뱅크의 투자 가운데 사상 최대 규모다.

소프트뱅크가 ARM을 인수하기로 했다는 사실은 이날 앞서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소프트뱅크는 ARM이 사물인터넷 분야를 주도할 것으로 보고 막대한 베팅을 한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ARM의 기술이 들어간 칩은 스마트폰에서부터 서버나 가정의 인터넷 연결 기기 등에까지 널리 쓰인다.

소프트뱅크의 창업자인 한국계 손 마사요시(손정의) 사장은 ARM의 기술을 오랫동안 탐내왔다면서 "'사물인터넷'이 제공하는 매우 중요한 기회를 잡기 위해 투자한다. ARM은 소프트뱅크 그룹의 전략에 부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 사장은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은퇴 연기의 배경을 설명하면서 향후 30년의 중점 사업으로 사물인터넷을 인공지능, 스마트로봇과 함께 꼽은 바 있다.

그는 "이번 건은 우리가 한 가장 중요한 인수 가운데 하나"라면서 "ARM은 소프트뱅크 성장 전략에서 핵심 기둥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소프트뱅크의 인수 금액은 ARM의 지난 15일 종가에서 43%의 프리미엄이 붙은 주당 17파운드다. 소프트뱅크는 보유한 현금과 대출로 인수 자금을 충당할 계획이다.

소프트뱅크는 ARM의 본사를 케임브리지에 그대로 두며 영국 내 인력을 2배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소프트뱅크는 최근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와 핀란드 게임업체 슈퍼셀 등의 지분을 매각해 거액의 투자금을 회수했는데, 금융시장에서는 깜짝 투자를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었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으로 파운드화 가치가 엔화 대비 30% 폭락해 ARM은 더욱 매력적인 대상이 됐다고 FT는 전했다. 이 회사의 주가는 지난 12개월간 거의 변동이 없었다.

브렉시트로 영국 내에서 사업하는 것에 대한 회의가 있지만, ARM은 반도체 산업의 핵심 부문을 주도하고 있는 데다 미국 달러로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에 포함된 ARM은 세계 최대 칩 메이커인 인텔의 잠재적 인수 대상으로 자주 거론돼왔다.

ARM은 칩 제조사라기보다는 설계사다. 이 때문에 지난해 매출은 10억파운드가량으로 반도체 업계에서는 피라미 수준이지만 마진이 높다.

소프트뱅크의 인수 금액은 지난해 ARM 순이익의 70배 수준이며 EBITDA(세금·이자·감가상각·대손상각 전 영업이익)의 50배 이상이다.

이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은 애플이나 삼성전자 같은 하드웨어 업체로부터 기술에 대한 로열티를 받는 것이다. 지난해 이 회사의 기술을 적용한 1천500만개의 칩이 출고됐는데 이는 전년보다 거의 300만개나 늘어난 양이다. 이들 가운데 거의 절반은 모바일기기에 쓰였다.

이날 런던 증시 개장 직후 ARM 주식은 소프트뱅크의 인수 소식에 무려 45% 뛰었다. 소프트뱅크가 제시한 43%의 프리미엄을 단 번에 넘어선 것이다.

한편 필립 해먼드 영국 신임 재무장관은 이번 인수에 대해 브렉시트 결정에도 영국이 투자처로서의 매력을 잃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반색했다. 그는 "영국은 기업과 외국인 투자에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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