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호 청주시 행정지원과 주무관

 

인간은 타인과 의사소통을 할 때 누구나 언어를 사용한다. 소리나 문자뿐만 아니라 표정, 제스처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함으로써 인간은 타인과 교감하고 그들과 같이 사회를 구성하며 인류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인간은 서로 교감하는 능력이 뛰어나며 우리가 이루고 있는 집단과 사회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사실은 현재의 ‘언어’가 태초에 여타 동물들이 사용하는 ‘신호’의 개념에서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모습으로 구체적이고 정교하게 발전한 데에서 그 증거를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이렇게 정교한 ‘언어’로 타인과 교감을 잘하면서 살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필자는 현재 5년차 공무원이다. 공직에 들어오기 전 공무원시험에 합격한 뒤 필요한 서류를 발급받기 위해 동 주민센터를 방문했을 때의 느낌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그 당시 민원 담당 공무원은 어딘가 경직되고 사무적인 말투로 나에게 필요한 서류의 종류와 발급통수 등 특별하지 않은 몇 마디를 물었고, 잠깐이었지만 나는 왠지 모를 불편함에 발급된 서류를 들고 빠른 걸음으로 사무실의 문을 나섰다. 얼마 뒤 내가 해야 할 일이 될지도 모를 그 자리가 공직자로서 사회에 첫발을 내딛게 될 나에게 그다지 큰 설렘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던 기억이었다.
그로부터 얼마 후, 나는 동 주민센터로 발령을 받게 되었고 민원 업무를 맡은 지 1년 정도 지났을 무렵 지인으로부터 연락을 받게 되었다. 그는 농담 섞인 어조로 대뜸 “왜 그렇게 민원인을 귀찮다는 듯이 대했어?”라고 말했고 갑자기 무슨 말이냐며 묻는 나에게 그는 본인 친구가 30분 전 쯤에 나에게 민원서류를 발급 받아갔는데 그때 나의 어조가 그리 유쾌하지는 않았었다고 전했다. 그 말 끝에 나는 약간의 식은 땀이 흐르는 듯했다. 왜냐하면 불과 30분전에 왔다갔다던 민원인이 누구였는지, 또 내가 무슨 말을 어떤 식으로 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질 않았기 때문이었다. 특별히 기분이 나쁘거나 하는 일 없이 평범하게 퇴근준비를 하던 무렵에 지인으로부터 들은 얘기라 나 스스로도 의아했던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 후, 나는 위에서 언급한 경험을 통해 조금은 다른 시각을 갖게 되었다. 그렇다면 평소에 나는 어떠한 ‘언어’로 민원인들과 교감을 하고 있었는가에 대해서 말이다. 하루에 수십 수백 명의 민원인을 대하는 동안 나도 모르게 지쳐 무심해지고 무뎌지는 나의 ‘언어’가 본의 아니게 누군가의 감정을 상하게 한 적은 없을까를 돌이켜보면 생각이 점점 더 깊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나에게는 오늘 하루 200번째 맞는 민원인이지만, 나는 그 사람에게 오늘 처음 만난 공무원임을 잊지 않기로 다짐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영국의 극작가 죠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1856~1950)의 소설 『피그말리온(Pygmalion)』에는 “사람이 쓰는 언어가 그 사람의 위치를 만든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인간’이 사용하는 의사소통의 도구는 ‘언어’이지만 그 ‘언어’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의 인성과 인생의 가치관은 모두 다르게 결정되고 평가될 것이다.
마음의 귀를 열어 나의 ‘언어’를 먼저 들어보자.
오늘의 ‘나’를 만들기 위해 여러분들은 어떤 ‘언어’를 사용하고 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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