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다. 제헌절이 닷새나 지난 상황에서 새삼 이 말을 강조하는 이유가 궁금할 것이다. 1948년 7월 17일 공포된 우리나라의 건국헌법 1장 1조 2항에는 국민주권주의를 명시하면서도 2장에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인 교육(31조), 근로(32조) 이외에도 납세(38조), 국방(39조)의 의무를 국민의 4대 기본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민주국가의 헌법에 있어서 납세 및 국방의 의무에 관한 조항은 주권자로서의 국민이 스스로 국가의 독립과 안전을 위해 병력을 유지하고 국가의 넉넉한 재정을 위해 조세를 납부하는 적극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런데 요즘 국가의 주인인 국민이 이 기본적인 의무를 지키지 않고 이른바 ‘조세저항’에 나서고 있다. 이는 아마도 매달 월급에서, 매일 물건을 사고 팔 때 마다 세금을 내면서도 왜 세금을 내야 하는지 ‘공식 교육’이 없다보니 제대로 납세의 의무를 지키면 자신만 손해를 보는 듯한 피해의식의 발로인 듯하다.
또 하나는 제대로 일 할 수 있는 권리이자 의무인 근로여건을 제공하지 못하는 나라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커지면서 생기는 조세저항이 아닐까 한다.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나라살림을 맡고 있는 주식회사 대한민국이 주주를 행복하게 해 주지 못해서 발생하는 부작용이란 얘기다.
경기 불황이 또 다른 원인일 수 있지만 지방세수 확보를 위해 너나 할 것 없이 유치했던 지난해 전국 17개 시·도 골프장들의 체납세금이 총 836억6300만원에 달했다. 충북(119억원)은 경기(178억원), 제주(151억원), 경북(139억원)과 함께 체납액 100억원을 넘긴 4대 지자체에 이름을 올렸다.
이런 충북이 올 들어 지난해 6월말 현재 체납액이 전년 동기대비 25억4700만원이 더 늘어난 144억4700만원으로 파악됐다. 그것도 도내 11개 시·군 중 청주, 충주, 진천, 음성 등 4개 시·군 7개 골프장의 상황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청주시 공영주차장의 체납 요금은 최근 3년 새 매년 1000만원을 웃돌아 2014년 1065만6000원, 2015년 1052만3000원, 2016년 상반기 만 902만5000원에 이른다. 심지어 장기 미납으로 청주시가 체납 자동차에 압류등록을 해 놓은 것만 3335건, 2735만7000원에 달했다.
기획재정부는 현행 세금제도가 계속될 경우 2010년 392조원이었던 국가채무는 2019년 2배에 가까운 761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총생산(GDP)에저 재정적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3년 1.5%에서 지난해 2.4%로 확대됐다.
이처럼 지방정부나 중앙정부나 곳간이 비면서 조세제도 개편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비과세 감면 일부를 정비하는 땜질식 세법 개정과 담뱃값 인상 등 임기응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제 더 늦기 전에 지속 가능한 나라 살림 유지를 위해 짧게는 차기정부 5년 간, 길게는 통일 이후를 내다보는 조세정책의 대계(大計)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그래야 유권자들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충분한 고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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