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논설위원/청주대명예교수)

▲ 박종호(논설위원/청주대명예교수)

정부가 국가안보를 위하여 노심초사(勞心焦思) 끝에 지난 13일 발표한 경북 성주군으로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설치로 인하여 해당 지역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성주 군민들은 국정최고책임자를 대신하여 당해 지역에 내려간 국무총리에게 계란과 물병 등을 투척하고 6시간 이상 귀로를 막은 채 감금상태에 있게 하였으며 다시 대규모 인원이 상경하여 반대집회를 개최하는 등 설치반대시위를 계속하고 있고 이를 보고 있는 국민들의 마음은 마냥 안타깝다. ‘도대체 정부는 어떤 판단기준을 가지고 있기에 대형 프로젝트를 발표할 때마다 국민과 갈등 내지 마찰을 거듭하고 있는 것인가’라는 회의와 ‘언제 가서야 국민과 정부가 민본행정의 기치아래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라는 아쉬움을 갖게 한다. 끊임없이 야기되고 있는 국민과 정부와의 대립은 정부의 ‘민본철학’의 부재 내지 미약, 그리고 ‘정부 관료들의 정책관리 능력의 미숙’ 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책결정이 명실 공히 공공행정의 이론과 과정에 적합하게 이루어졌다면 국민과 정부와의 대결구도가 어찌 일어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의구심이 쌓이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정부가 지역정책결정에서의 민관의 갈등 및 마찰은 지역주민들의 ‘혐오 및 위험시설은 내 지역에는 설치할 수 없다는 님비(NIMBY:Not In My Front Yard)현상’의 탓으로만 돌릴 것이 아니라 정부기관에서의 정책의 산출 및 관리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가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 주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한 마디로 정부가 행하는 의사결정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의사결정이란 여러 대안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과정을 말한다. 공공조직은 불특정 다수인들의 이익으로 정의되는 공익(public interest)을 실현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의 사업이나 계획 및 정책 등을 추진한다. 이들 사업이나 계획 및 정책 등은 제 대안을 놓고 조직을 둘러싸고 있는 여건과 환경, 비용-편익, 이해득실 등을 체계적으로 분석?검토하는 과정을 거쳐 가장 바람직하다고 평가된 대안으로 선택된 것이다. 이러한 선택을 위하여 정부에서는 합리모형, 만족모형, 점증모형, 최적모형, 혼합주사 모형 등의 의사결정 모형이 동원된다. 합리모형은 ‘인간은 본래 합리적인 존재’이므로 성실성과 의지 등의 여하에 따라서 얼마든지 이론과 지식에 맞는 최선의 대안을 찾아낼 수 있다는 가정을 전제로 하는 모형이고, 만족모형은 ‘이 정도의 수준이면 만족해야 한다’는 전제에서 의사결정을 한다고 보는 모형이며, 점증모형은 ‘이 의사결정은 현실성을 감안, 현재보다는 개선된 수준, 즉 점증된 대안으로 보아야 한다’는 판단에 근거한 모형이고, 최적모형은 대안 결정에 합리적 요소와 초합리적 요소 모두를 포괄하여 최적의 정책을 산출하여야 한다는 의사결정 모형이며, 혼합주사 모형은 공공조직이 취하는 행동노선(정책)은 규범적 이상적 접근방법인 합리모형과 현실적 실증적 접근방법인 점증모형을 상호보완적으로 혼용함으로써 가장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을 선택할 수 있다고 보는 모형이다. 정부의 의사결정은 여러 요소가 비교 검토되어 이루어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 모형 중 하나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모형이 다각적으로 검토 내지 반영되는 종합적 적용의 산물이라고 보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아무리 정부 및 공공조직의 의사결정이 이들 모형의 본질이나 철학에 적합하게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의사결정의 직접 당사자는 ‘국민’이라는 점에서 국민의 주인된 자리에 맞는 접근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민주성과 투명성 등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이나 주민은 떠나도 지역은 영원하다’는 전제하에 지역은 역사나 문화 및 전통과 조상들의 숨결 등이 살아 숨 쉴 수 있는 정체성을 가지고 주민의 삶의 질 지표를 최대한 수용 및 극대화할 수 있는 민주성이 적극 반영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주민의 알권리가 존중되어야 한다. 국가안보에 직접 관련되는 사안이라는 이유로 폐쇄적 체제 속에 진행되어서는 아니 된다.
그리고 공공조직에 있어서의 모든 의사결정 과정은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대주민 공공정책에 대한 의사결정은 투명성이 생명이다. 지역의 모든 것이 주민의 자산인 만큼 국가보위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주인인 주민들이 해당 지역의 공공변화에 대하여 소상히 알 수 있는 투명성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야만 그 의사결정은 주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고 국민이나 주민은 정부를 신뢰할 수 있으며 그 의사결정은 왕성한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다. 정부의 의사결정은 필히 아무도 넘볼 수 없는 막강한 권위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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