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립철도박물관 입지 공모를 취소했다. 지난달 국립한국문학관 추진 잠정 중단에 이어 국책사업이 잇따라 파행을 거듭해 정부의 정책 신뢰도에 스스로 먹칠을 한 꼴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2일 국립철도박물관 입지선정을 공모방식으로 하지 않고 지자체간 과열경쟁을 최소화하는 합리적인 방안을 연내에 마련한 뒤 최종 입지를 선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철도박물관 공모에는 청주를 비롯해 경기 의왕, 대전 등 전국 11개 자치단체가 유치신청서를 내고 서명운동 둥 적극적인 유치활동을 벌여왔다, 청주의 경우 유치위원회를 구성해 도민 61만7076명이 참여한 서명부를 최근 국토부에 전달했다.
정부는 철도문화재의 합리적인 활용과 관리 등을 위해 국비 1007억원을 들여 2020년까지 철도박물관을 건립키로 하고 올해 말까지 각 지자체로부터 사업제안서를 받아 최종 후보지를 결정할 계획이었다.
청주시는 일단 정부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렇지만 ‘칼자루’를 쥐고 있는 국토부가 공모방식이 아닌 다른 기준을 들어 입지선정에 나선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치위원회 측이 “최근 의왕시를 중심으로 철도박물관 신설 보다는 리모델링 주장이 나온 뒤 국토부의 이같은 결정이 내려진 것이 석연치 않다”고 의혹의 눈길을 보낼 정도다.
앞서 정부는 국립한국문학관 설립을 잠정 중단했다. 역시 지자체간 과열경쟁을 이유로 들었다. 한국문학관은 작년 말 국회에서 통과된 문학진흥법에 따라 한국문학의 역사를 대표하는 대한민국 대표문학관이자 문학 유산 및 원본자료의 체계적 수집· 복원, 보존·아카이브, 연구·전시, 교육기능을 갖춘 복합문학공간을 역할을 하게 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애초 이달중 부지를 선정하고 약 500억원 규모 예산을 들여 2019년까지 건립을 끝내고 2020년 개관예정이었다.
그러나 공모에 전국 16개 시·도의 24개 시·군·구가 유치경쟁에 뛰어들어 과열경쟁으로 치달았다. 이 과정에서 ‘특정지역 내정설’ 등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이러한 상황에서 입지 선정이 된 들 나머지 23개 지자체 반발이 수그러들 것 같지 않아 잠정 중단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과열양상으로 국민들이 분열되느니 시간을 두고 결정하는 편이 낫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가 최근 잇따라 내놓은 국책사업 잠정 중단 및 공모취소 결정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허탈하기 그지 없다. 이는 영남권 신공항 추진으로 나타난 국론 분열상에 크게 혼쭐 난 정부의 고육지책이기도 하다. 공모방식이 최우선 민주적 절차인 양 광신한 나머지 섣불리 공모에 나선 정부의 국책사업 추진방식이 가져온 결과였다.
한국문학관과 철도박물관 건립에 있어 이제 남은 것은 국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입지 선정으로 뒤탈이 없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정부는 앞으로 국책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과열양상이 수반되는 공모방식 보다는 전문가 의견과 국민여론을 감안해 결정함으로써 다시는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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