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변수’로 혼전양상

더불어민주당의 8·27 전당대회 초반 판세가 복잡하게 흘러가고 있다. 후발주자로 합류한 ‘김상곤 변수’의 등장으로 추미애-송영길 의원간 기존 양자대결 구도가 3파전으로 재편, 각 계파간 셈법도 어지럽게 작동하면서 그야말로 혼전 양상이다.

특히 당내 최대 계파인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진영이 단일대오를 갖출지 분화될지가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여기에 출마 여부를 놓고 막판 고심 중인 비노의 이종걸 의원, 범친노의 정청래 전 의원이 레이스에 가세할 경우 보다 복잡한 양상이 전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5일까지 출사표를 던진 3명의 후보 모두 ‘문심’(문재인의 마음)에 기대는 상황에서 문재인 전 대표 시절 혁신위원장으로 발탁된 김 전 위원장이 친문표를 어느정도 흡수할지가 관건이라는 게 당내 대체적 분석이다.

김 전 위원장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김 전 위원장이 상대적으로 추 의원쪽으로 쏠리는 듯 했던 친문계 내의 흐름을 제동, 무게추를 움직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대표적인 장외 친문 인사로 꼽히는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혁신위원을 맡은 인연 등으로 후원회장을 맡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위 시절 혁신위원을 맡았던 인사들과 고(故) 김근태 전 상임고문 계열의 민평련 일부 그룹, 경기교육감 시절 인연을 맺은 경기 지역 인사 등이 우군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추 의원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김 전 위원장의 합류가 이렇다할 파괴력을 보이지 못할 것이라는 반론을 내놓고 있다. 한 핵심 인사는 “경선 반영비율의 45%를 차지하는 대의원 구도에서만 보더라도 추 의원이 우세한 흐름을 잡고 있다”며 “견고한 바닥표이기 때문에 김 전 위원장의 출마가 변수가 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친문 쪽과 ‘일정한 거리’가 있다는 평가를 받아온 송 의원측은 삼각경쟁 체제에서 친문표의 분산 정도에 따라 판세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손익을 따지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이 광주 출신이라는 점에서 그의 출마가 호남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놓고도 전망이 엇갈린다. 송 의원측에서는 “같은 친문인 만큼 추 의원의 표를 가져갈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추 의원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반대의 주장을 펴고 있다.

손학규 전 상임고문의 정계복귀가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손학규계를 위시한 당내 비노 진영과 김부겸 의원 등 비노 중간 지대의 선택도 주목된다. 송 의원과 김 전 위원장이 손 전 고문에 공개적 러브콜을 하며 친문 후보를 자임한 추 의원을 견제하려는 것도 이러한 맥락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 전 대표와 오랜 기간 같이 활동했고 문재인 대표 체제에서 혁신 작업을 하긴 했지만, 그런 관계 자체를 ‘소속’이라든가 ‘파’라고 이야기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무계파’를 강조한 뒤 “개인적으로 특정인을 대선후보로 지지하는 것은 없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후보를 만들어내야 한다. 어느 분이 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손 전 고문에 대해서도 “우리 당의 소중한 자산으로, 그런 분까지 모두 우리 당에 모여 대선 경선이나 당 발전 과정에서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동시에 이날 오전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예방하는 등 친문 구애 행보도 이어갔다.

더민주는 당권 후보가 4명 이상일 경우 컷오프(예비경선)을 실시, 본선 진출자를 3명으로 추리기로 한 상태여서 현 3명의 후보에 더해 추가 도전자가 나오느냐에 따라 예선 여부가 갈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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