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간 일명 ‘만덕이’로 살아온 40대 지적장애인이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온 ‘만덕이’ 고모(47)씨는 19년간 가족들이 사는 지근거리 축사에서 강제노역에 가까운 일을 겪었다고 한다.
물론 표현상 어눌한 부분은 있겠지만, 그동안 고씨가 겪어온 19년간의 세월을 말로 표현하기에는 역부족이고 미루어 짐작될 뿐이다.  
2급 지적 장애인인 고씨의 처지가 그저 ‘딱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는 주위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고씨가 축사에서 겪은 19년은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뀔 긴 세월이었지만 어느 누구도 ‘만덕이’의 처지를 귀담아 줄 이웃은 우리 주위에 아무도 없었다.
그동안 ‘만덕이’를 이상히 여겨 신고한 마을주민이 단 한 명도 없다고 하니 이장을 포함한 그 동네 힘깨나 쓰는 사람들의 행태가 아쉽기만 하다.
주민등록 실태조사에 나선 공무원도 고씨가 실종된 것을 알고 있었지만 경찰 등 관계기관에 한 차례도 신고를 하거나 문제제기를 한 적이 없다고 한다.
경찰도 실종자 찾기를 위해 오래전부터 지문 사전등록제 등 최첨단 기법을 활용하고 있다.
외딴집과 빈집까지 뒤져 ‘만덕이’와 같은 사람이 있는 지의 여부도 가끔씩 살피고 있지만, 고씨 존재를 놓쳐버린 형국이 돼 버렸다.
지자체 역시 홀몸노인들의 건강을 살피고 소외계층을 돌보기 위해 대상자가 있는 ‘가가호호’를 방문해 살피는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번 ‘만덕이’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심각할 정도로 공권력 부재이거나 공무원의 직무유기를 거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소외계층을 돌보는 자원봉사단체와 봉사자들도 늘어나고 있지만 누구 하나 ‘만덕이’에게 관심을 보인 사람이 없다고 하니 사람 사는 동네에서 믿기 어려울 정도다.
주위에서 조금만 귀를 기울이고 관심을 가졌더라면 고씨가 꿈에 그리던 가족 품으로 더 빨리 돌아갈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다.
정부는 모든 국민을 빈곤과 재해, 노령, 질병 등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사회안전망’이라는 제도적 장치를 운영하고 있다.
‘사회안전망’의 목적은 포괄성과 보편성 실현에 있다.
모든 사회적 위험요소에 대비하는 ‘포괄성’과 국민 모두에게 적용되는 ‘보편성’을 실현해 국민복지기본선을 보장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쉽게 말해 국민 모두에게 적용되는 제도를 통해 풍요롭고 잘살게 하는 게 주안점이다.
‘만덕이’라고 불린 고씨도 분명 우리 국민일 테지만 19년간 이 같은 ‘사회안전망’ 그물에 포함되지 못하고 살았다고 하니 우리 민낯을 드러내 보이는 것 같아 민망할 뿐이다.
뒤늦게 ‘만덕이’를 위한 각종 대책이 난무하고 있다.
이제라도 정부와 지자체, 경찰 등 관계기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제2의 만덕이’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탄탄한 복지행정을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 모두가 국가가 하는 일을 믿고 따르는 진정한 ‘애국심의 발로(發露)’를 실현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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