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가 만들어낸 유행어 중 ‘손톱 밑 가시 뽑기’란 말이 있다. 정상의 비정상화란 말과 함께 쓰인 이 말은 비현실적인 각종 규제를 개선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같은 규제개혁은 비단 현 정부 들어서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각기 다른 말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역대 정부들이 신경을 썼다.
김영삼 정부는 과도한 규제로 갈등이 심화되자 행정쇄신위원회를 설치하고 1997년 행정규제기본법을 제정했다.
김대중 정부는 50% 규제감축 목표를 정하고 규제개혁위원회를 설치해 강력한 개혁을 시도했다. 노무현 정부는 규제개혁 장관회의 신설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 기획단을 설립했다. 그리고 불필요한 규제 신설을 막기 위해 2004년 ‘규제 총량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는 규제를 전봇대에 비유해 ‘전봇대 뽑기’를 외쳤다. 이명박 정부는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를 설치하고 대한상공회의소와 함께 민·관합동규제개혁추진단을 설립했다.
박근혜 정부는 규제를 ‘손톱 밑 가시’로 규정하고 규제개혁에 나섰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 9월 국무조정실과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와 함께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을 출범시켰다. 이 규제개선추진단이 출범 초기 접수받은 민원만 2434건으로 타 기관 이첩 809건을 제외한 1625건 중 490건(30.2%)을 처리하며 기업인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현 정부도 안보에 우선하는 경제정책은 없다면서 국제정세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여줘 기업인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 강행으로 급격하게 얼어붙은 남북관계는 납북경협의 마지막 보루인 개성공단 철수란 극단적인 상황까지 초래했다. 이로 인해 충북기업인 자화전자를 비롯한 개성공단 철수 기업들의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컸다.
급기야 정부는 국민의 정부 시절 ‘햇볕정책’을 실패한 남북관계로 규정하고 더 이상의 남북경협 자금이 북한의 군비증강에 쓰여 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단호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는 마치 미국이 중국과의 통상정책에서 각종 경제지원으로 중국의 중산층이 늘어나면 결국 민주주의가 빨리 올 것이란 생각을 했다가 최근 핵우산에 대응하기 위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배치로 미-중 관계는 물론 한-중관계가 급격하게 얼어붙은 상황과도 일치한다.
이처럼 국제정세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우리의 국내·외 경제여건을 이해할 수 있지만 역대 정부가 진정 우리 기업들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갖출 수 있도록 신경을 썼는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정부를 믿고 납북경협에 참여하고, 정부를 믿고 대중 수출 및 현지 투자에 나섰던 우리기업들에게 돌아온 것은 개성공단 철수와 중국의 통상무역 보복에 대한 애끓는 심정이다. 우리 경제의 대외 의존도가 높다보니 일본과 미국이 재채기만 해도 한국경제는 감기에 걸리고, 중국경제가 감기에 걸리면 한국경제는 ‘몸져 눕는다’는 말이 있다.
이는 어쩌면 감내 해야 할 수밖에 없는 세계 경제의 역학구조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우리경제가 리스크(risk)에 대비한 경제정책이 전무하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 더 이상의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우리 경제를 위한 정부의 리스크 대응책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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